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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잡은 한국어에서 여러 이질적인 의미로 쓰이는 동음이의어이다. 크게 한자 雜에 기원을 둔 접사, 영어 'job'에서 온 외래어, 선어말어미, 그리고 인터넷 신조어의 구성 요소로 나뉜다.

1. 한자어 접두사 '잡-(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잡-'을 「접사」로 등록하고, 「1」 '여러 가지가 뒤섞인' 또는 '자질구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규정한다. 위키낱말사전은 여기에 더해 「2」 비하의 뜻을 가지는 몇몇 명사에 붙어 '막된'의 뜻을 더하는 용법을 별도로 제시한다.

  • '뒤섞임·자질구레함'의 예: 잡것, 잡일, 잡탕, 잡풀, 잡곡, 잡종, 잡목, 잡기, 잡상인, 잡생각, 잡소리
  • '막된'의 예: 잡놈, 잡년

한자 雜은 본래 襍였으나 자형이 변하여 지금의 형태가 되었으며, '衣(옷 의) + 集(모을 집)'의 회의자로 "다섯 색이 서로 만남(五彩相會)"을 뜻한다는 설이 『설문해자』 계열 설명으로 전한다. 한국 한자음에서 '잡'으로 읽는 통상용 한자는 雜이 사실상 유일하며, 이체자로 雑(일본에서 사용)가 있다. 뜻이 유사한 한자로 混(섞을 혼)이 있어 '혼잡(混雜)'처럼 결합해 쓰인다.

2. 외래어 '잡(job)'

표준국어대사전은 '잡'을 「명사」로 등록하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사용자가 정의하고 컴퓨터가 처리하는 일의 단위. 일련의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묶음으로 되어 있는 일"을 이르는 말로 풀이하며, 비슷한말로 '작업'을 제시한다. 즉 운영체제·컴퓨팅 맥락에서 프로세스와 구분되는 작업 단위(job)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이다. 영어 'job'의 어원은 중세 영어의 '덩어리'를 뜻하는 gobbe 또는 'jobbe of work'라는 구절로 추정되며, 현대적 의미의 용례는 1650년대부터 확인된다는 설명이 있다.

3. 어미 '-잡-'

표준국어대사전은 '-잡-'을 「어미」로 등록하고, "(예스러운 표현으로) 자기를 낮추면서 상대편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뜻을 나타내는 어미"로 풀이한다.

4. 불교 용어 '잡(雜)'

불교에서 '잡(雜)'은 잡염(雜染) 또는 잡염심소(雜染心所)의 준말로 쓰인다. 잡염은 산스크리트어 saṃkleśa의 한역으로, 악(惡)한 마음작용과 유부무기(有覆無記)의 마음작용을 통칭하며 번뇌와 동의어로 설명된다. 『성유식론술기』에서는 잡염을 유루법 전체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5. 영어 비속어 'Jap'

'Jap'은 Japanese의 약어로, 일본인을 가리키는 영어 비속어이다. 한국어 표기 '잡'과 철자가 같으나 어원이 전혀 다른 별개의 어휘이다.

6. 인터넷 신조어의 '-잡'

'-잡'은 한국어 인터넷 신조어에서 접미사처럼 결합하여 멸칭적 의미를 만드는 구성 요소로 쓰인다.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준말), '미만잡'(~미만은 모두 잡것이라는 뜻) 등이 대표적이며, 이때의 '잡'은 위 1항의 한자 雜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 표현들은 비하·조롱의 용법을 지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표현으로 취급된다.

참고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잡 1·2·3 항목)
  • 위키낱말사전 '잡'
  • 한국어 위키백과 '잡', '잡염', '염오'
  • 나무위키 '잡', '미만잡', '듣보잡'

종합

'잡'은 단일 개념이 아니라, (1) 한자 雜에 기원을 둔 접두사, (2) 영어 job에서 온 컴퓨팅 외래어, (3) 예스러운 어미, (4) 불교 용어의 준말, (5) 영어 비속어 Jap, (6) 인터넷 신조어의 접미적 구성 요소 등 서로 다른 기원과 용법이 같은 표기로 겹쳐 있는 동음이의어이다. 각 용법은 출처에 따라 등록 여부와 설명 방식이 다르며, 특히 6항의 신조어 용법은 공식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비표준 표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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