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분절음운론(Autosegmental Phonology)은 1976년 존 골드스미스(John Goldsmith)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제안한 음운론적 분석의 이론적 틀이다. 이 이론은 기존의 선형적(linear) 음운론과 달리, 음운 표상을 하나의 선분(segment) 연쇄가 아닌 여러 개의 독립적인 층위(tier)로 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각 층위는 서로 다른 음운 자질이나 운율 요소를 담당하며, 이들 층위 사이의 관계는 결합선(association lines)을 통해 표시된다.
자립분절음운론의 핵심 개념은 음운 표상이 단일한 선분의 연속이 아니라, 성조(tone), 강세(stress), 비음성(nasality), 모음 조화(vowel harmony) 등 각각의 음운 자질이 별도의 자립분절(autosegment) 층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조 언어의 경우, 분절음(자음과 모음)이 배열된 분절음 층위(segmental tier)와 별도로 성조 층위(tone tier)가 존재하며, 이 두 층위는 결합선을 통해 상호 연결된다. 이러한 다층위적 표상은 성조의 확산(spreading), 부동성조(floating tone), 성조의 융합 등 기존의 선형 음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효과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한다.
이 이론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각 층위는 상호 독립적인 자립분절들의 연쇄로 구성된다. 둘째, 서로 다른 층위의 요소들은 결합선으로 연결되며, 이 결합선은 교차하지 않는다는 조건(non-crossing condition)을 따른다. 셋째, 적형조건(Well-formedness Condition)에 따라 한 층위의 모든 요소는 다른 층위의 요소와 결합되어야 하며, 결합선이 교차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정이 이루어진다.
자립분절음운론은 초기 연구에서 아프리카 성조 언어(특히 이그보어·Ibo)의 성조 분석, 모음 조화 체계, 비음 조화 현상 등을 설명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G. N. 클레멘츠(Clements)가 모음 조화와 비음 조화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고,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아랍어의 자음 어근에서 단어가 파생되는 비연쇄적 형태론(nonconcatenative morphology)을 자립분절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이론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였다.
국내 학계에서도 자립분절음운론은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이병건(1986)의 서울대학교 박사 논문 "자립분절음운론"은 골드스미스(1976)와 하라구치(1977)의 모형을 수정·보완한 이론을 제시하였으며, 한국어 고성 방언과 15세기 한국어의 성조 체계를 분석하는 데 적용하였다. 또한 한수정(2017)의 연구에서는 현대 국어의 일부 방언에서 나타나는 'ㄴ' 탈락과 모음의 비음화 현상을 자립분절음운론의 방법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국어의 억양 분석(K-ToBI 체계)과 같은 운율 연구에서 자립분절-율격 이론(Autosegmental-Metrical theory)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자립분절음운론은 이후 최적성 이론(Optimality Theory)의 발전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성조, 강세, 억양, 조화 현상 등 다양한 음운 현상을 분석하는 핵심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