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면역 질환은 인체의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자신의 정상 조직이나 세포를 이물질로 잘못 인식하여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질환의 총칭이다. 면역 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할 때 생성되는 항체를 자가항체라고 하며, 이로 인한 반응을 자가 면역 반응이라고 한다.
정의와 특성
정상적인 상황에서 면역 체계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특정 암세포 등 외부에서 유입되거나 위험한 물질의 항원에만 반응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면역 체계가 오작동하여 자신의 세포나 조직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자가항체나 면역 세포를 생산할 때, 염증이나 조직 손상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자가 면역 질환이 나타난다. 다만 혈액 내에 자가항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자가 면역 질환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많은 사람에게서 자가 면역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 소량의 자가항체가 생산되기도 한다.
자가 면역 질환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다. 면역 세포가 공격하는 부위에 따라 증상과 질병의 양상이 달라지며, 전신의 모든 세포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전신성 홍반 루푸스)도 있고, 특정 장기의 세포만 파괴되는 경우(자가 면역성 갑상선 질환, 제1형 당뇨병 등)도 있다. 자가 면역 질환으로 분류되는 질병은 약 100여 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
주요 예로는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 관절염, 하시모토 갑상선염, 제1형 당뇨병, 전신성 홍반 루푸스(루푸스), 혈관염, 다발성 경화증, 중증근무력증, 애디슨병, 쇼그렌 증후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자가 면역 용혈성 빈혈증, 악성 빈혈, 굿파스쳐 증후군, 보통 천포창 등 다양한 질환이 포함된다.
원인
자가 면역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감염, 약물, 일광, 방사선 등에 의해 정상적인 신체 물질이 변하여 면역 체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자연 인체 물질과 유사한 이물질이 인체에 들어와 면역 체계가 유사한 인체 물질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B 세포나 T 세포 등의 면역 세포가 기능 부전을 일으켜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이상 항체를 생산할 수도 있다.
유전적 요인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가 면역 질환 발생 취약성이 유전되는 경우가 있다. 취약한 사람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이나 조직 손상 등과 같은 유발 요인이 질환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호르몬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관찰이 있다. 많은 자가 면역 질환은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더 흔하게 발생하는데,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약 4배 정도 많으며 주로 20~50세에 발병한다.
증상
증상은 질환과 영향을 받는 인체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거의 모든 자가 면역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만성 피로, 미열, 탈모, 피부 질환, 안구 증상, 수면 장애, 관절과 근육 이상, 체중 변화, 우울증, 감각 이상, 기억력 감퇴, 식욕 변화, 소화 장애 등이 있다. 신장, 폐, 심장, 뇌 등 거의 모든 기관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통증, 관절 변형, 쇠약, 황달, 호흡 곤란,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진단
자가 면역 질환의 진단을 위해 병력 청취, 신체 검사, 혈액 검사, 방사선 검사 등을 시행한다. 혈액 검사에서는 염증 지표(적혈구 침강 속도, C-반응성 단백질, 전체 혈구 수 등)와 특정 자가 면역 질환에서 나타나는 자가항체(예: 항핵 항체, 류마티스 인자 등)를 확인한다. 다만 자가항체가 자가 면역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검사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으며 증상과 검사 결과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한다.
치료
치료는 질환의 종류, 심각도, 증상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인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 기능 보존, 병의 발생 기전 차단이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면역 억제제(아자티오프린,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메토트렉세이트 등)를 통한 면역 체계 억제가 있다. 다만 이러한 약물은 자가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감염과 암세포 등에 대한 신체의 방어 능력도 함께 억제하므로 특정 감염과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일부 질환에서는 혈장 교환이나 정맥 면역 글로불린 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TNF 차단제(에타네르셉트, 인플릭시맙 등)나 특정 백혈구를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일부 자가 면역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예후
일부 자가 면역 질환은 발병 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연적으로 해소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가 면역 질환은 만성 경과를 보이며 증상 조절을 위해 장기간 또는 평생 동안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후는 질환의 종류와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자가 면역 질환은 의학적으로 널리 확립된 개념으로, 국내외 공인된 의학 기관(MSD 매뉴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체계적으로 정의·설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