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부재의 원칙(一事不再議 原則)은 의회에서 하나의 안건이 부결되면 그 회기 중에는 동일한 안건을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형사법상의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입법 절차에 관한 의회법 원칙에 해당한다.
개요
일사부재의 원칙은 의회에서 일단 부결된 의안에 대하여 동일 회기 중 다시 심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원칙의 주된 취지는 소수파에 의한 의사 방행(議事妨行, filibuster)을 배제하는 데 있다. 즉,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반복적으로 상정하여 의회의 심의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적용
대한민국에서는 「국회법」 제92조와 「지방자치법」 제68조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
- 「국회법」 제92조: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
- 「지방자치법」 제68조: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이 규정들은 국회와 지방의회 모두에서 일사부재의 원칙을 명문화한 것으로, 법령상 명문의 근거를 갖는 원칙이다.
적용 요건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 의결이 있을 것: 원칙은 하나의 안건에 대하여 이미 의회의 의결이 있었던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의제로 상정되었으나 철회되어 의결되지 않은 안건은 다시 제출하여 심의할 수 있다.
- 부결된 안건일 것: 일사부재의 원칙은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가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해당하지 않는다.
- 동일 회기 중일 것: 이 원칙은 동일 회기 중에 한하여 적용된다. 회기가 바뀌면 부결된 안건이라도 다시 제출할 수 있다.
- 요건의 내용이 동일할 것: 동일 안건이란 안건의 종류나 명칭이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건의 내용이 동일한 경우를 의미한다.
일본에서의 적용
일본에서는 일본 제국헌법 제29조에 "양원(상·하원)에서 부결된 법률안은 같은 회기 안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었으며, 현행 일본 국회법 제56조에는 "각 의원은 다른 의원으로부터 송부 또는 제출된 의안과 동일한 의안을 심의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논란 사례
대한민국의 제279회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법안의 통과 과정 중, 정족수 부족으로 가결되지 못한 안건을 국회 부의장이 재투표를 선언하고 다시 투표한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가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관련 개념과의 구분
일사부재의 원칙은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 재판을 금지하는 형사소송법상의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ne bis in idem)와는 전혀 다른 원칙이다. 일사부재리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법 원칙이며, 일사부재의 원칙은 입법부의 심의 절차에 관한 원칙으로서 그 적용 대상과 성격이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