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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핏

인시핏(incipit, 인키핏 또는 모두·冒頭)은 텍스트의 처음 몇 단어를 가리키는 용어로, 해당 텍스트를 식별하는 라벨로 사용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시작된다"라는 뜻을 지닌다. 텍스트의 끝부분에서 따온 대응 용어로는 엑스플리킷(explicit)이 있다.

제목이 체계적으로 발달하기 전 시대의 문서에서는 전체 제목 대신 첫 구절이나 첫 단어로 텍스트를 지칭하는 관행이 널리 사용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인시핏이 종종 다른 글꼴이나 색상으로 표기되었으며, "인시핏 페이지"는 채식(彩飾)으로 장식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인시핏은 여러 문화권에서 사용되었다. 수메르의 점토판 기록에서는 문서 목록을 관리하기 위해 인시핏이 활용되었고, 히브리어 성경의 많은 책들은 히브리어 인시핏을 통해 이름이 붙여졌다(예: 첫 번째 책 '베레쉬트'는 "태초에…"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문헌, 고전 아랍어 문헌, 힌두 경전에서도 유사한 관행이 발견된다. 중세 유럽의 필사본에서는 인시핏이 흔히 붉은색으로 표기되었다. 교황 칙서와 회칙 역시 전통적으로 라틴어 인시핏으로 참조된다.

음악 분야에서 인시핏은 곡의 첫 몇 마디에 해당하는 음표의 초기 시퀀스를 가리킨다. 표준 악보 기보법으로 인쇄되며, 인쇄된 제목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독자의 음악적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목록이나 작품집의 목차에 유용하게 쓰인다. 그레고리오 성가, 오페라 아리아, 여러 기도문과 찬송가,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의 제목 없는 시 등은 인시핏으로 참조된다.

현대에는 표준화된 서지 기술법과 결합된 정식 제목의 사용이 확산되면서 도서관 정보 정리 도구로서의 인시핏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다만 제목이 없는 시·노래·기도문의 식별, 법률 용어(예: habeas corpus)의 명명, 그리고 컴퓨터 과학에서 긴 문자열의 식별 라벨(예: 특정 암호화 키의 일부)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또한 로렘 입숨(Lorem ipsum)과 같은 자리 표시자 텍스트도 인시핏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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