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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인삼(人蔘, 학명: Panax ginseng C. A. Meyer)은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높이는 약 60cm에 달하며, 근경(根莖)은 짧고 곧거나 비스듬히 서며, 밑부분에는 도라지 모양의 뿌리가 발달한다. 근경 끝에서 하나의 원줄기가 나오고, 그 끝에서 3~4개의 잎이 윤생하며, 긴 엽병 끝에 5개의 장상복엽(掌狀複葉)이 달린다. 소엽은 난형 또는 도란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꽃은 연한 녹색으로 4월에 피며, 열매는 둥글고 적색으로 익는다.

분포 및 생육 환경

인삼은 북위 30°에서 48°에 이르는 지역에 자생하며, 주요 자생지로는 한반도, 중국 만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꼽힌다. 인삼은 반양반음(半陽半陰)을 선호하는 음지성 식물로, 직사광선에 취약하며 산란광 환경에서 잘 자란다. 적정 평균 기온은 연간 9°C에서 13.8°C이고, 연간 강우량은 1,100~1,300mm가 적당하며, 토양 pH는 5.5~6.0이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배 특성상 기후와 토질에 대한 선택성이 강하여,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생육이 곤란하고 생산된 인삼의 형태·품질·약효에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다.

학명 및 명칭의 유래

속명 Panax는 그리스어 pan(모든)과 axos(의약)가 결합된 것으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843년 러시아의 식물학자 칼 안톤 폰 메이어(Carl Anton von Meyer, 1795~1855)가 고려인삼의 학명을 Panax ginseng C. A. Meyer로 명명하여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ginseng'이라는 명칭은 인삼의 중국음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자 표기와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인삼을 '人參'으로 썼으나 한국에서는 조선시대 이후 '人蔘'으로 표기해 왔다. 인삼의 한국 고유 고명(古名)은 '심'이었으나, 그 어원과 시작 연대는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는 산삼 채취인을 이르는 '심마니'라는 은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역사적 기록

중국 최고의 본초학서인 『신농본초경』은 기원전 83~96년경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며, 인삼의 효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담고 있다. 후한 헌제 건안 연간(196~220)에 저술된 것으로 인정되는 장중경의 『상한론』에는 113방 중 21방에서 인삼이 사용되었으며, 이것이 최초의 인삼 의약기록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에서의 인삼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 신라가 당나라에 인삼을 공헌한 내용이 등장한다. 특히 799년(소성왕 1)에는 길이 9척이나 되는 인삼을 발견하여 당나라에 진상하였으나 덕종이 이를 인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저술한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당시 이미 홍삼(紅蔘)이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백삼이 여름을 지나면 좀이 먹기 때문에 가마에 쪄서 보존성을 높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모후산 일대에서 인삼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며, 신라 소성왕 때 경주 지방에서 인공 재배가 이루어졌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후 개성 지역이 인삼 재배의 중심지로 부상하였고,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한반도산 인삼을 통칭하여 '고려인삼'이라 부르게 되었다.

약효 및 성분

한방에서 인삼은 강장제, 강심제, 건위보정약, 진정약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방약합편』에 수록된 467방 중 인삼이 배합되어 있는 132종의 처방 가운데 약 94%가 보제(補劑)와 화제(和劑)에 해당하여, 인삼이 특정 질병의 치료약이기보다는 보약 또는 강장제의 성격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1950년대 이후 인삼에 대한 성분·약리작용 및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삼 효능의 주성분은 사포닌 배당체 계열의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로, 항피로 작용, 작업 능력 증진 작용, 혈당치 강하 작용 등이 실험적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인삼의 기본적 약리작용을 '적응소(adaptogen) 효과'로 설명하는 학설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생체가 가진 비특이적 저항력을 증대시켜 병적 상태를 정상화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그 밖에 대뇌피질 자극, 혈압 강하, 호흡 촉진, 인슐린 작용 증강, 단백질 및 DNA 합성 촉진 작용 등이 연구되고 있다.

가공법 및 종류

전통적으로 인삼은 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백삼(白蔘)과 홍삼(紅蔘)으로 구분된다. 백삼은 흙에서 캔 인삼을 그대로 건조시킨 것이고, 홍삼은 인삼을 가마에 넣어 쪄서 붉은 색을 띠게 한 것이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인삼의 산출 및 재배가 가능하며, 주 재배 지역으로는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대표적이다.

국제적 위상

한반도산 인삼은 동양권에서 '고려인삼'으로, 서양권에서는 'Korean ginseng'으로 불리며 최상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삼국시대부터 중국과 일본에 공헌품 및 교역품으로 전해졌고, 근세에는 국제 무역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였다.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제8관에 홍삼의 반출을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된 사실은 한미 양국의 국교 수립 과정에서 인삼이 중요한 외교적 매체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 미국인삼(Panax quinquefolium), 일본의 죽절인삼(Panax japonicum), 중국의 삼칠인삼(Panax notoginseng) 등은 같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나 원식물이 다르며, 시베리아인삼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인삼속(Panax)이 아닌 오갈피나무의 일종(Eleutherococcus senticosus)의 뿌리인 것으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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