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폐지》(The Abolition of Man)는 영국의 작가이자 학자인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가 1943년 2월 더럼 대학교(University of Durham)에서 행한 리델 기념 강좌(Riddell Memorial Lectures) 세 편을 묶어 같은 해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한 책이다. 한국어판은 홍성사에서 출간되었으며, 현대문명비평서로 소개되었다.
이 책은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로 사용되던 《The Control of Language》와 《The Reading and Writing of English》 등에서 드러난 상대주의적 교육관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루이스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와 주관주의가 교육 현장에 무비판적으로 스며들어 학생들에게 주입되고 있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다.
책은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가슴 없는 인간(Men Without Chests)'에서는 가이우스와 타티우스가 쓴 교과서를 분석하며, 저자들이 학생들의 가치 판단 능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루이스는 모든 가치 명제를 단순한 화자의 감정 표현으로 환원하는 태도가 학생들로 하여금 문학 작품과 세계 속에서 실질적인 선(善)과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제2장 '도(道, The Way)'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등 고대부터 이어져 온 도덕률(자연법)의 전통을 논증하며, 객관적 가치의 보편성을 옹호한다. 제3장 '인간폐지(The Abolition of Man)'에서는 이러한 가치들이 결여된 사회가 도달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한다. 루이스는 객관적 가치를 부정하는 현대 문화가 결국 인간 스스로를 도구화하고 '인간다움' 자체를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루이스는 이 책에서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이 올바른 것을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도록 감정을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객관적 가치(자연법)가 결여된 인간을 그는 '가슴 없는 사람'이라고 명명하였으며, 이는 지적 능력은 있으나 도덕적 감수성이 결여된 존재를 의미한다.
《인간폐지》는 C. S. 루이스의 대표적인 변증서이자 문명비평서로 평가되며, 기술 문명과 현대 교육이 인간 본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