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페 청동 두상(Bronze Head from Ife)은 1938년 나이지리아 이페(Ife)의 운모니제(Wunmonije) 구역에서 건축 공사 중 우연히 발굴된 18개의 구리 합금 조각상들 중 하나이다. 이페는 요루바(Yoruba) 민족의 종교적·왕실적 중심지로서, 이 두상은 이페의 왕(Ooni)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 시기 및 재질
이페 청동 두상은 14세기에서 15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명칭은 '청동'이지만 실제 재질은 구리와 아연, 납이 혼합된 황동(brass)에 가깝다. 영국박물관의 분석에 따르면 "납이 많이 포함된 아연-황동(heavily leaded zinc-brass)"으로 분류된다. 제작 기법은 소실밀랍법(lost-wax casting)이 사용되었다. 두상의 크기는 높이 약 35cm, 너비 12.5cm, 깊이 15cm이며 무게는 약 5.1kg이다.
형태적 특징
이페 청동 두상은 사실적이고 정교한 조형미를 지닌다. 얼굴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선형 문양(incised striations)이 있으며, 입술 부위에는 문양이 없다. 머리에는 관모(冠帽) 형태의 장식이 표현되어 있는데, 여러 겹의 관 모양 구슬과 술 장식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의 왕관을 착용하고 있다. 왕관 꼭대기에는 장미 모양 장식과 깃털 장식이 있으며, 여기에는 붉은색과 검은색 안료의 잔흔이 남아 있다. 두상의 목 부분에는 6개의 수평 홈이 새겨져 있다.
발견과 경과
1938년 1월, 운모니제 구역의 가옥 기초 공사 중 작업자들이 금속 조각을 발견하면서 총 17개의 황동 및 구리 두상과 왕상(王像)의 상반신 파편이 발굴되었다. 이 중 이페 청동 두상은 나이지리아 일간지 《데일리 타임스》의 편집자였던 헨리 맥클리어 베이트(Henry Maclear Bate)에 의해 나이지리아 밖으로 반출되었고, 이후 국립미술수집기금(National Art Collections Fund)을 거쳐 1939년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에 소장되었다. 현재 영국박물관 등록번호는 Af1939,34.1이다.
미술사적 의의
이페 청동 두상의 발견은 서구의 아프리카 예술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1910년 독일 인류학자 레오 프로베니우스(Leo Frobenius)가 이페에서 최초의 청동 두상을 발견했을 당시, 서구 학계는 아프리카에 이러한 수준의 문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며, 프로베니우스는 이 조각상들이 고대 그리스 식민지나 전설의 아틀란티스 문명의 흔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38년 추가 발굴을 통해 이페 두상들이 토착 아프리카 전통의 산물임이 확인되었다. 이페 두상들의 양식적 유사성은 대부분의 조각상들이 한 명의 장인 또는 단일 공방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BBC의 《100개 유물로 보는 세계사》(A History of the World in 100 Objects) 프로그램에서 제63번 유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소재지
이페 청동 두상은 현재 영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발굴된 다른 두상들은 대부분 나이지리아 국립박물관(Ife National Museum)에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