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25왕조는 고대 이집트 역사의 제3중간기(Third Intermediate Period) 마지막에 해당하는 왕조로, 오늘날 수단 북부와 상이집트 지역에 해당하는 누비아(Nubia) 지방의 쿠시 왕국(Kingdom of Kush) 출신 파라오들이 세운 왕조이다. '누비아 왕조', '쿠시 제국', '나파타 왕조' 등으로도 불리며, 수도는 나파타(Napata)와 멤피스(Memphis)였다.
기원전 약 754년부터 656년까지 약 1세기 가까이 존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5왕조의 기원은 누비아에서 발흥한 쿠시 왕국으로, 이 왕조의 왕들은 이집트의 종교적·예술적·문학적 전통에 깊은 애착을 보이며 이집트 문화에 크게 동화되었다. 그들은 이집트어와 이집트 문자를 공식 기록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집트 고유의 신전과 종교 전통을 재건하고 부흥시키는 데 힘썼다.
대표적인 파라오로는 초대 왕으로 간주되는 피이(Piye), 이집트 재통일을 완수한 샤바카(Shabaka), 셰비쿠(Shebitku), 치세에 이집트가 신왕국과 비견될 만한 부흥기를 누렸던 타하르카(Taharqa), 그리고 마지막 파라오인 타누타멘(Tantamani)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카슈타(Kashta)를 왕조의 첫 왕으로 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피이를 제25왕조의 창시자로 본다.
이 왕조 시기에는 중왕국 이래 중단되었던 피라미드 건축이 다시 활성화되어 누비아 지역(현 수단)에 다수의 피라미드가 세워졌으며, 이는 제25왕조의 대표적인 문화적 성취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제25왕조는 상이집트·하이집트·쿠시를 재통일하여 신왕국 이후 가장 큰 이집트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동방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신아시리아 제국과의 충돌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타하르카는 기원전 674년 아시리아 군대를 격퇴하기도 했으나, 기원전 671년 에사르하돈(Esarhaddon)의 침공으로 멤피스를 함락당하고 하이집트를 상실했다. 마지막 왕 타누타멘은 이집트 수복을 시도했으나 결국 아시리아 제국에 패배하여 누비아로 물러났으며, 기원전 656년 프삼티크 1세(Psamtik I)가 테베를 장악하면서 제25왕조의 이집트 통치는 종료되었다.
제25왕조의 몰락 이후 이집트는 후기왕국 시대(Late Period)로 접어들었고, 제26왕조가 처음에는 아시리아의 괴뢰 왕조로 출범하여 통치하게 되었다. 한편 쿠시 왕국은 누비아 본토에서 독자적인 왕국으로 지속되었으며, 이후 메로에(Meroë)로 수도를 옮겨 오랜 기간 존속하였다.
제25왕조는 '블랙 파라오(Black Pharaohs)'라는 표현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 용어는 다른 왕조들도 유사한 남부적 기원을 공유했다는 점이나 고대 누비아인과 이집트인의 유전적 연속성을 간과한다는 지적으로 학계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이집트 제25왕조는 고대 이집트 역사 연구와 누비아 문명 연구 모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역사적으로 명확히 확인되고 널리 알려진 실재 왕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