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李象範, 1897년 9월 21일 ~ 1972년 5월 14일)은 대한민국의 동양화가이다. 아호는 청전(靑田)이다. 김은호와 함께 대한민국 동양화 분야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평가되며, 한국 근대 수묵산수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생애
이상범은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석송리에서 몰락한 선비 승원(承遠)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생활고로 인해 1915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학비를 받지 않던 서화미술원(書畫美術院)에 입학하여 1917년 수료한 뒤, 스승 안중식(安中植)의 화실인 경묵당(耕墨堂)에서 기거하며 화업을 계속하였다. 이후 조선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안중식과 조석진에게 사사하며 전통 회화를 익혔다. 그의 아호 '청전'은 스승 안중식이 자신의 호 '심전(心田)'을 따서 '청년 심전'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것이다.
1923년에는 이용우·노수현·변관식과 함께 동연사(同硯社)를 조직하여 전통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였으나, 그해 11월 노수현과의 2인전 개최를 끝으로 활동이 중단되었다. 1925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0회 연속 특선을 차지하였고, 1929년에는 최고상인 창덕궁상(昌德宮賞)을 수상하였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자택에 청전화숙(靑田畵塾)을 설립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다. 1927년부터 1937년까지 동아일보 미술기자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1936년에는 동아일보 재직 시절 일장기 말소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이는 이길용의 일장기 말소 제안에 동조하여 손기정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처음 삭제한 인물로 알려진 것과 관련이 있다.
광복 후에는 조선미술협회에 참여하여 우익 미술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49년부터 1961년 정년퇴직 때까지 홍익대학교 교수를 지내며 동양화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49년 국전 추천작가가 되었고, 1953년부터 1960년까지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1954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되었고, 1957년 예술원 공로상, 1962년 문화훈장, 1963년 3·1문화상, 1965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작품 세계
이상범의 초기 화풍은 안중식의 산수화 중 남북종(南北宗)을 절충한 형태와 유사하였다. 그러나 1923년 무렵부터는 논과 개울을 근경에 두고 나지막한 야산을 원경에 배치하는 횡으로 전개되는 독창적인 구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산수도」(1919년), 「모연도(暮煙圖)」(1924년), 「초동도(初冬圖)」(1926년) 등이 있다.
그의 독자적인 양식이 형성된 것은 1945년 이후이다. 이 시기에는 농촌의 전원 풍경을 2단의 간단한 구도 속에 배치하고, 엷은 먹에서 차츰 진한 데로 변화하는 농담의 묘를 살려 향토색 짙은 세계로 승화시켰다. 특히 시골 산야의 정취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특유의 기법으로 처리하여 한국적 서정성을 격조 높게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설로도(雪路圖)」(1957년), 「고원귀려도(高原歸旅圖)」(1959년) 등이 있다.
그는 전통적 수묵 기법의 새로운 창조적 추구와 더불어 한국 산야와 전원의 독특한 향토적 분위기를 독자적인 사상풍(寫實風)의 화법으로 구현시킨 근대 한국화의 대표적 산수화가로 평가된다. 변관식과 함께 한국적인 산수화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새로운 남종화 방향을 개척한 화가로도 평가된다. 다만 그의 황량한 분위기나 짧은 붓질이 일본의 남화풍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친일 논란
일제강점기 말기에 조선미술가협회 일본화부에 가담하고 반도총후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국방헌금 모금을 위한 국책 기획전에 참가하여 친일 행위를 한 이력이 있다. 《매일신보》에 징병제 실시를 축하하며 기고한 삽화 〈나팔수〉 등 친일 작품도 남아 있다.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정리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 미술 부문에 월북 화가인 장남 이건영과 함께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
- 「산수도」(1919년)
- 「모연도(暮煙圖)」(1924년)
- 「초동도(初冬圖)」(1926년)
- 「설로도(雪路圖)」(1957년)
- 「고원귀려도(高原歸旅圖)」(1959년)
- 「귀려」(1960년대)
관련 유적
이상범이 43년간 생활한 서울의 이상범가옥은 2005년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171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충청남도 공주에는 청전 이상범 생가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