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은술잔

은술잔(銀盞)은 은(銀)으로 만든 술잔을 이르는 한국어 명사이다. '은(銀)'과 '술잔'이 결합한 합성어로, 한자어로는 '은잔(銀盞)' 또는 '은배(銀盃)'라고도 표기된다.

역사적으로 은술잔은 고급 금속 공예품으로서 한국의 상고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실물 유물과 문헌 기록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된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동탁은잔(銅托銀盞)'은 동합금 받침과 은제 잔, 뚜껑을 따로 만들어 조합한 은잔으로, 1971년 발굴 당시 왕비의 머리맡에서 발견되었다. 이 유물은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 및 한반도에서 출토된 탁잔의 변천 과정을 살피는 기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려시대의 '은제도금화형탁잔'도 은으로 만들어진 잔과 잔받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은제 금속 공예의 정교한 세공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 24년(1442) 4월 19일 기록에 삭녕 사람 안민이 은술잔[銀盞] 한 벌과 은사발, 환도, 거울을 바쳤다는 내용이 실려 있어, 조선 시대 왕실과 사회에서 은술잔이 귀중한 물품으로 통용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송강 정철(鄭澈)과 관련된 일화에도 은술잔이 등장한다. 선조가 애주가였던 정철에게 하루에 한 번만 마시라는 의미로 은술잔을 하사했는데, 정철이 망치로 잔을 두드려 펴서 더 큰 사발 모양으로 만들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대에는 실용적·장식적 목적의 은술잔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몽골 문화권에서는 은술잔이 전통적으로 격식 높은 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와 별개로 '은술잔(The Silver Chalice)'은 미국에서 제작된 빅터 새벌(Victor Saville) 감독의 1954년 드라마·멜로/로맨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며, 대한민국에는 '은배(銀盃)'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폴 뉴먼(Paul Newman)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안티오키아의 한 그리스인 장인이 가장자리에 예수와 사도들의 얼굴이 조각된 은잔의 주조를 주문받는 이야기를 다룬다.

종합하면, '은술잔'은 단순히 은으로 만든 술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면서도, 한국 역사·고고학·문학·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된 실재하는 개념이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