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율(誘電率, permittivity)은 물질이 전기장 내에서 전하 사이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물리적 상수이다. 기호는 그리스 문자 ε(엡실론)을 사용하며, 단위는 F/m(패럿 퍼 미터)이다.
정의
전자기학에서 전기장 E와 전기변위장 D의 관계는 D = εE로 표현된다. 유전율 ε은 매질이 전기장에 의해 얼마나 쉽게 분극(편극)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같은 양의 전하에 대해 유전율이 높을수록 전기장의 세기가 감소하며, 축전기의 전기 용량이 증가한다.
진공의 유전율
진공의 유전율 ε₀는 8.8541878176... × 10⁻¹² F/m의 값을 가지며, 빛의 속도 c와 진공의 투자율 μ₀에 의해 ε₀ = 1/(c²μ₀)로 정의된다. 이는 국제단위계(SI)에서 정확히 정의된 상수이다.
상대 유전율(비유전율)
실제 물질의 유전율은 진공의 유전율에 대한 상대값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상대 유전율(비유전율) εᵣ = ε/ε₀로 정의되며, 무차원의 물리량이다. 이를 유전 상수(dielectric constant)라고도 부른다. 진공의 εᵣ = 1이며, 모든 물질의 상대 유전율은 1 이상의 값을 가진다.
대표적인 물질의 상대 유전율(실온 기준): 공기 약 1.00059, 테플론 2.03, 종이 약 3, 유리 5.6, 증류수 약 80, 티탄산바륨(BaTiO₃) 약 1200.
복소 유전율
실제 물질에서 유전율은 외부 전자기장의 주파수 ω에 의존하는 복소함수 ε̂(ω)로 나타난다. 복소 유전율은 실수부 ε'와 허수부 ε″로 구성되며, 실수부는 에너지 저장 능력(분극), 허수부는 에너지 손실(흡수)과 관련된다. 주파수에 따른 유전율의 변화는 분자의 회전, 진동, 전자적 천이 등 다양한 물리적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유전율과 굴절률의 관계
비자성 물질(μ ≈ μ₀)의 경우 굴절률 n은 n = √εᵣ의 관계를 가진다. 즉, 유전율이 클수록 물질 내에서 전자기파의 위상 속도는 감소하며 파장은 짧아진다.
응용
유전율은 축전기(커패시터)의 설계, 고주파 회로 기판 재료 선정, 전자파 흡수체 개발, 통신 장비, 레이더, 지질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물성치로 사용된다. 유전율이 높은 물질은 동일한 크기에서 더 큰 전기 용량을 제공하므로 전자 소자의 소형화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