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공예는 유리를 재료로 하여 조형미를 갖춘 각종 공산품을 만드는 공예를 말한다. 실용성과 미적 가치를 겸비한 공예 분야로, 유리가 지니는 고유한 재질적 특성인 투명성, 표면 반사, 빛의 굴절을 활용하여 생활용품과 장식품을 제작한다.
유리의 재료와 성질
유리는 양질의 규사와 알칼리, 석회를 주성분으로 하며, 크리스털 유리의 경우 가장 좋은 규석과 탄산칼리, 납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들 소재를 섭씨 약 1300도 전후에서 용해하여 엿 모양의 녹은 유리 상태로 만들어 공예 작업을 진행한다. 유리는 투명체로서 내용물의 색채 효과를 그대로 드러내며, 표면 반사와 빛의 굴절이라는 물리적 특성이 공예적 가치의 핵심을 이룬다.
역사적 배경
유리의 기원에 관해 인류 역사상 정확한 시점은 확실하지 않으나,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유리로는 우르(Ur) 제3왕조기의 단편이 있으며, 그 시기는 기원전 2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18~17세기의 점토판 문서인 『유리제조 비전서』가 출토되어 당시 이미 유리 생산이 보편화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후 기원전 16~15세기에는 이집트에서도 유리가 발달하였다.
초기에는 흙이나 막대기를 심으로 넣고 형태를 만드는 심지성형법이 사용되었으며, 기원전 10세기경에는 여러 색깔의 가는 유리봉을 이용한 모자이크법이 개발되었다. 기원전 7세기경에는 유리 표면을 연마하고 세공하는 컷 글라스법이 활용되었다. 유리 생산이 본격화된 것은 로마 시대에 취형 기술(불어서 성형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부터이며, 이때부터 무색 유리도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주요 제작 기법
유리 가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용융된 유리를 성형하는 취법(吹法)으로, 여기에는 형취법·주취법·취입법·프레스글라스의 네 가지가 포함된다.
- 주취법(宙吹法)은 틀을 사용하지 않고 녹은 유리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주무르듯 완성시키는 방법이다.
- 형취법(型吹法)은 나무 또는 금속제 형 속으로 녹은 유리를 불어 넣으면서 성형하는 방법으로, 꽃병이나 컵류가 주로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 취입법과 프레스글라스는 금형을 이용하여 유리를 불어 넣거나 압축 성형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의 분류는 일단 성형된 유리 표면을 다시 가공하는 방법으로, 커트(조각유리), 엔그레빙(조각), 에나멜드 글라스(요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조각유리는 그라인더로 유리 표면을 깎아 장식하는 기법이며, 엔그레빙은 동판제 원반으로 요면조각을 하는 방법이다. 에나멜드 글라스는 완성된 유리 표면에 색유리 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다시 가마에서 구워내는 방식으로, 스테인드글라스도 이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이 밖에 모자이크, 홍채, 도금 등의 기법도 사용된다.
한국에서의 유리 공예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시대까지 유리가 보석과 같은 귀중품의 일종으로 취급되었으며, 팔찌·목걸이 등 장신구뿐만 아니라 의식기와 사리 장치에도 활용되었다. 삼국시대 고분에서는 유리배, 유리고배, 봉수형병, 유리구슬, 유리동자상, 유리판장식, 사리병 등 다양한 유리 공예품이 출토되었다. 이러한 유물들은 서방의 로마·이란 계통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리 용기가 청자로 대체되는 등 유리 공예의 전통은 단절되다시피 하였으며, 근대 이후 유리가 생활용품으로 보편화되어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현대적 의의
유리 공예는 초기에는 보석의 모조품으로 출발하였으나, 이후 액세서리와 종교적 용품, 식기와 화기 등으로 발전하였고, 베네치아에서 발달한 취법 유리는 다채로운 색채와 투명한 재질의 특성을 살려 동물이나 인물 형태의 오브제 작품으로 이어져 현대까지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