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하마(학명: Hippopotamus antiquus)는 하마과 하마속에 속했던 멸종된 고생물이다. 플라이스토세 초기(약 210만 년 전)부터 플라이스토세 중기(약 40만 년 전)까지 유럽 전역과 서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서식했으며, 이후 절멸하였다.
분류 및 명명
1822년 프랑스 고생물학자 앙셀름 가에탕 데스마레스트(Anselme Gaëtan Desmarest)가 이탈리아 북부 토스카나의 상발다르노(Upper Valdarno) 지역에서 수집된 화석을 바탕으로 처음 학명을 부여하였다. 완모식표본은 피렌체 대학교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IGF 1043 골격으로, 이탈리아 고생물학자 필리포 네스티(Filippo Nesti)가 1820년에 최초로 기재하였다. 유럽 플라이스토세 하마의 분류는 역사적으로 혼란스러웠으며, Hippopotamus major(조르주 퀴비에, 1824)나 Hippopotamus tiberinus(P. 마차, 1991) 등의 여러 종명이 현재는 유럽하마의 동물이명으로 인정된다.
진화 및 계통
유럽하마는 아프리카 종인 고르곱스하마(Hippopotamus gorgops)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종의 후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오래된 화석 기록은 약 210만~200만 년 전의 것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다.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약 170만 년 전의 기록이 확인된다. 알프스 북부로는 약 110만~100만 년 전 무렵 서식지를 확장하였으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남부 브리튼 지역에서도 화석이 발견되었다.
크레타난쟁이하마(H. creutzburgi)는 유럽하마가 크레타섬으로 건너간 후 섬 환경에서 왜소화된 종으로 추정된다. 키프로스난쟁이하마(H. minor) 또한 유럽하마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형태 및 크기
유럽하마는 하마속(Hippopotamus) 내에서 가장 큰 종이었다. 3차원 모델을 이용한 체적 추정에 따르면 완모식표본 IGF 1043 골격의 체중은 약 3,174kg으로, 현생하는 일반하마(Hippopotamus amphibius) 평균 개체의 약 2배에 달한다. 개체군에 따라 크기 변이가 존재했으며, 플라이스토세 후기로 갈수록 평균 크기가 감소하여 현생 하마와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기후와 먹이 가용성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생 하마와 비교하면 두개골이 더 가늘고 길며, 신경두개(neurocranium)는 더 짧았다. 관골궁(zygomatic arch)이 덜 측면으로 확장되었고, 둘째와 셋째 소구치 사이에 이간(diastema)이 존재한다. 안와(eye socket)의 위치가 더 높았고 발등뼈(metapodial bone)의 길이가 더 짧아, 현생 하마보다 수중 생활에 더 잘 적응한 형태적 특징을 보였다.
분포 및 서식지
서유럽과 중부 유럽 일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며, 남서쪽으로는 이베리아반도, 북서쪽으로는 브리튼 제도, 북동쪽으로는 독일과 헝가리, 남동쪽으로는 그리스에 이르렀다. 동쪽으로는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서부와 조지아의 아칼칼라키(최동단 기록)까지 분포한 것으로 확인된다. 분포 범위는 온도 변화에 크게 좌우되어, 간빙기에만 북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생태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유럽하마는 육상 식물을 선호하는 현생 하마와 달리 수생 식물(물풀)을 더 즐겨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후기 개체군으로 갈수록 초본식물 섭취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크기와 반수생 생태로 인해 성체는 천적이 거의 없었으나, 어린 개체는 검치호(Homotherium)와 같은 포식자의 표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인류와의 관계
스페인의 바랑코 레온(약 140만 년 전), 푸엔테 누에바 3(약 130만 년 전), 발파라디스(약 100만 년 전) 등 여러 구석기 유적지에서 유럽하마의 뼈에 도구로 베인 흔적(cut marks)이 발견되었다. 또한 그리스 마라투사 2 유적지(약 50만~40만 년 전)에서도 어린 유럽하마 개체의 뼈에서 베인 자국이 석기와 함께 발견되었다. 이들이 사냥된 것인지 청소(scavenging)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건강한 성체 유럽하마를 정기적으로 사냥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멸종
가장 최근의 화석 기록은 포르투갈 콘데이샤(약 40만 년 전)와 이탈리아 중부 말라그로타(약 45만~38만 년 전)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유럽에서 발견되는 하마속 화석은 대부분 현생 하마(Hippopotamus amphibius)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현생 하마의 유럽 최초 기록이 약 50만 년 전인 점을 고려하면, 유럽하마와 현생 하마가 약 50만~40만 년 전 유럽에서 일시적으로 공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