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는 참나무과(Fagaceae) 너도밤나무속(Fagus)에 속하는 낙엽성 큰키나무이다. '개너도밤나무'라고도 불리며, 학명 Fagus sylvatica는 칼 폰 린네가 1753년 《식물의 종(Species Plantarum)》에서 명명한 것이다.
어원
속명 'Fagus'는 그리스어 'phago'(먹는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열매를 식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종명 'sylvatica'는 '산림의', '숲에서 자라는', '숲을 좋아하는'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다.
형태적 특징
성숙한 나무는 일반적으로 높이 25~35m, 몸통 지름 최대 1.5m까지 자라지만,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높이 50m, 몸통 지름 3m에 이르기도 한다. 수피는 매끄럽고 은회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어긋나며 단엽으로, 길이 5~10cm, 너비 3~7cm이다. 잎 가장자리는 전연 또는 약간의 톱니를 가진다. 잎맥은 양쪽에 각각 6~7개가 있다.
이 나무는 자웅동주(monoecious)로, 수꽃은 작은 미상꽃차례에 달리고 암꽃은 너도밤나무 열매(비치넛, beechnut)를 생산한다. 열매는 밑부분에서 너비 7~10mm, 길이 15~20mm의 작은 삼각형 견과로, 각 컵 모양의 총포(殼斗)에 두 개씩 들어 있으며 수분 후 5~6개월이 지난 가을에 성숙한다.
분포 및 서식지
유럽 대륙 대부분 지역에 자생하며, 북쪽으로는 스칸디나비아 남부와 덴마크, 노르웨이, 남쪽으로는 시칠리아, 서쪽으로는 스페인, 동쪽으로는 터키 북서부까지 분포한다. 발칸반도 지역에서는 동양너도밤나무(Fagus orientalis)와의 교잡종도 발견된다. 지중해 주변 남부 지역에서는 해발 600~1,800m의 산악림에서만 자란다. 다양한 토양을 견디지만 습윤한 기후와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필요로 하며, 겨울 추위에는 강하지만 봄 서리에는 민감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숲에서는 가장 흔한 활엽수종 중 하나이며, 프랑스 숲의 약 10%를 차지하기도 한다. 유럽 원시 너도밤나무림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생태 및 특성
수명은 보통 150~300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반구에서 최고령 사례로는 발레 체르바라 지역에서 500년 이상 된 개체가 보고된 바 있다. 경제림에서는 보통 80~120년에 벌채된다. 완전 성숙에는 약 30년이 걸린다.
이 나무는 여러 외생균근균과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러술라(Russula) 속 균류 등이 알려져 있다. 가뭄에 상대적으로 민감하여 건조한 여름에는 조기 낙엽 현상을 보일 수 있다.
이용
목재는 질이 좋고 가공이 용이하여 가구 제작, 바닥재, 계단, 목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밀도는 입방미터당 약 720kg이다. 유럽에서는 벽난로용 장작 중에서도 우수한 연료로 평가된다. 열매는 탄닌과 알칼로이드를 함유하여 다량 섭취 시 약간의 독성이 있으나, 침지 과정을 거쳐 탄닌을 제거하면 밀가루로 만들어 식용할 수 있었으며, 19세기 영국에서는 열매를 압착하여 요리용 또는 등유로 쓰는 기름을 얻기도 했다. 현재는 훈연 향료(Fagus sylvatica 계열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재배 및 품종
온대 지역의 공원과 대형 정원에서 관상수로 널리 식재되며, 여러 품종이 육성되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자주색 잎을 가진 자색너도밤나무(copper beech 또는 purple beech, F. sylvatica purpurea), 처진 가지가 특징인 수양너도밤나무(Pendula), 기둥형 수형의 Dawyck 계열, 깃털 모양 잎의 Heterophylla 계열 등이 있다. 자색너도밤나무는 1690년 독일 튀링겐의 포센발트 숲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자색너도밤나무의 약 99%가 이 개체의 후손으로 추정된다.
보전 상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east Concern)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현재 절멸 위험 상태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