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 해빌랜드 캐리어(Willis Haviland Carrier, 1876년 11월 26일 ~ 1950년 10월 7일)는 미국의 기계공학자이자 발명가로, 현대식 공기조화 기술, 즉 에어컨의 발명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캐리어는 1876년 미국 뉴욕주 이리군 앵골라에서 태어났다. 1897년 버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코넬 대학교에 입학하여 1901년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난방기기와 송풍기를 제조하는 버팔로 포지 컴퍼니(Buffalo Forge Company)에 입사하여 난방 장치 개발 업무를 담당하였다.
1902년, 캐리어는 버팔로 포지 컴퍼니의 고객이었던 브루클린의 새킷-빌헬름 석판출판사(Sackett-Wilhelms Lithographing & Publishing Company)로부터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인쇄용지가 변질되어 출판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캐리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도 조절, 습도 조절, 공기 순환과 환기, 공기 정화의 네 가지 기본 기능을 갖춘 공기조화 시스템을 설계하여 1902년 7월 17일에 그 설계도를 제출하였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현대적 공기조화 시스템으로 인정받는다.
캐리어는 이후 수년간의 개량과 실험을 거쳐 1906년 1월 2일 '공기 취급 장비'(Apparatus for Treating Air)라는 명칭으로 미국 특허를 등록하였다. 이는 세계 최초의 분무형 공기조화 장치였다. 같은 해 그는 이슬점과의 온도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습도도 일정 비례를 보인다는 '일정 이슬점 강하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 이슬점 조절 시스템을 설계하여 1907년 특허를 출원하고 1914년 최종 승인을 받았다.
1911년 12월, 캐리어는 미국기계공학협회 연례 모임에서 〈합리적 건습 공식〉(Rational Psychrometric Formulae)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은 상대 습도, 절대 습도, 이슬점 온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업계에서 공기조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기초를 제시한 것으로, 공기조화 설계의 기본 자료가 되었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버팔로 포지 컴퍼니는 군사물자 생산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에 캐리어는 동료 기술자들과 함께 자본금 32,600달러를 모아 1915년 6월 26일 '캐리어 엔지니어링 회사'(Carrier Engineering Corporation)를 설립하였다.
1920년대에 들어 캐리어 회사는 원심형 냉장기를 개발하고 에어컨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처음에는 산업 현장에서만 쓰이던 에어컨을 민간 부문으로 확장하였다. 1924년 디트로이트의 허드슨 백화점, 1925년 뉴욕의 리볼리 극장에 에어컨이 설치되었고, 1928년 미국 의회, 1929년 백악관에도 캐리어 사의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캐리어 엔지니어링 사는 1930년 번스윅-크로셸 컴퍼니, 요크 난방환기 회사와 합병하여 캐리어 코퍼레이션(Carrier Corporation)으로 재편되었으며, 윌리스 캐리어는 회장직을 맡았다.
캐리어는 르하이 대학과 알프레드 대학에서 에어컨 발명의 공로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1934년에는 미국기계공학협회(ASME) 메달을 수상하였다. 그는 1950년 10월 7일 향년 73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윌리스 캐리어의 발명은 현대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공기조화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그가 설립한 캐리어 코퍼레이션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인 공조 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