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龍王, 문화어: 룡왕, 산스크리트어: नागराज 나가라자)은 힌두교와 불교의 나가라자에서 유래하여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각국의 민간신앙과 불교, 도교에서 숭배되는 수신(水神)이다.
기원과 어원
용왕의 개념은 인도 신화의 나가(뱀을 신격화한 존재)의 왕인 나가라자에서 비롯되었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나가라는 존재가 중국 전통의 용(龍) 개념과 융합되었고, 이후 한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전파되었다. 산스크리트어 '나가라자'는 한역(漢譯)되어 '용왕'으로 번역되었다.
중국 도교의 사해용왕
중국 도교에서는 사방의 바다를 지키는 사해용왕(四海龍王)이 있다고 전해진다. 동해용왕은 청룡(靑龍)인 창녕덕왕(滄寧德王) 오광(敖光), 남해용왕은 적룡(赤龍)인 적안홍성제왕(赤安洪聖濟王) 오윤(敖潤), 서해용왕은 백룡(白龍)인 소청윤왕(素淸潤王) 오흠(敖欽), 북해용왕은 흑룡(黑龍)인 완순택왕(浣旬澤王) 오순(敖順)으로 불렸다. 북송 휘종(徽宗)은 1110년경 민간에서 신앙되던 다섯 용신에게 왕작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에서의 용왕
한국에서 용왕은 고대 한반도의 토착 수신신앙(水神信仰)에 불교 및 도교의 용왕 관념이 결합되어 형성되었다. 한국 무속신앙과 불교에서 용왕은 물을 관장하는 신이자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護法神)의 역할을 한다.
한국 불교의 일부 사찰에는 용왕각(龍王閣)이 세워져 있으며, 용왕을 모시는 불경으로는 《해룡왕경(海龍王經)》과 《운우경(雲雨經)》이 있다.
역사적 기록
《삼국유사》에는 용왕과 관련된 여러 기록이 전한다. 신라 문무왕(文武王)은 죽은 후 동해의 호국대룡(護國大龍)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이는 한국 호국용신신앙의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삼국유사》 「수로부인조」에는 해룡이 수로부인을 납치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용궁이 칠보궁전(七寶宮殿)으로 묘사되어 있다.
《고려사》 세가(世家)에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조부인 작제건(作帝建)이 서해용왕을 괴롭히는 늙은 여우를 물리쳐 준 대가로 용왕의 딸인 용녀(龍女)와 혼인하였다는 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이로 인해 고려 왕실은 용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한국 무속신앙에서의 용왕
한국 무속신앙에서 용왕은 바다, 강, 하천, 연못, 우물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격으로 숭배된다. 동해안 별신굿, 위도 띠뱃놀이, 제주도 영등굿 등에서 용왕굿(龍王굿)이 행해진다. 용왕굿은 주로 바닷가나 선창에서 진행되며, 마을의 안녕과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의례이다. 무당이 물동이 위에 올라서서 공수를 내리는 '동이탄다'는 의식이 대표적이다.
용왕의 형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 고유의 수신인 용왕은 구체적인 형상이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다. 다만 《삼국유사》 등 문헌 분석 결과, 용왕은 '약(若)'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으며 거북의 형상과 유사한 모습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불교와 무속의 도상에서는 백발에 긴 흰눈썹과 흰수염을 가진 노인 형상으로 묘사되기도 하며, 중국 도교에서는 용의 머리에 관복을 입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용왕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
용왕은 한국 고전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별주부전》(토끼전)에서는 병에 걸린 용왕이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별주부)를 육지로 보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심청전》에서는 인당수에 빠진 심청을 용왕이 구출하여 다시 지상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수록된 〈용궁부연록〉은 용왕과 용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