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온(Ophion, 그리스어: Ὀφίων, "뱀"이라는 뜻) 또는 오피오네우스(Ophioneus)는 그리스 신화, 특히 오르페우스파(Orphic) 전승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이다. 고대 그리스의 주류 창조 신화가 카오스(혼돈)로부터 세계가 시작되었다고 전하는 반면, 오르페우스파의 신자들은 세계의 시초가 한 마리의 우주 뱀인 오피온이라고 믿었다.
오르페우스파의 전승에 따르면, 태초에 하나의 커다란 알이 있었고, 그 알에서 오피온이 태어나면서 세계가 시작되었다. 오피온의 몸에서 어둠과 대지, 그리고 사랑이 생겨났고, 이어서 많은 신들과 인간이 태어났다. 오피온에게서 태어난 인간들은 '오피오게네이스'(Ophiogeneis), 즉 '오피온으로부터 태어난 사람'이라 불렸다. 오피온은 오케아노스의 딸인 에우리노메(Eurynome)를 아내로 맞이하여 세계를 통치하는 왕이 되었으나, 크로노스(Cronus)와 레아(Rhea)에게 패배하여 세계의 지배권을 빼앗기고 아내와 함께 오케아노스(대양)로 추방되었다.
역사적으로 오피온에 대한 가장 오래된 언급은 기원전 6세기 시로스의 페레키데스(Pherecydes of Syros)의 저작 《헵타미키아》(Heptamychia)에서 확인된다. 이 문헌에서 태초의 존재인 자스(Zas, "생명")가 오피온과 싸워 승리한 뒤 그를 오케아노스에 던져 넣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마르두크와 티아마트, 혹은 가나안 신화의 바알과 얌/로탄 간의 싸움(Chaoskampf 모티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1.495f)에서는 오르페우스가 노래한 내용으로 오피온과 에우리노메가 처음으로 눈 덮인 올림포스를 다스렸으나, 크로노스와 레아에게 힘으로 밀려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인용되었다. 또한 후대의 영지주의자들(오피테스파, Ophites)은 오피온을 우주의 시초이자 인류에게 지식을 준 존재로 숭배하였으며, 에덴 동산의 뱀과 동일시하기도 하였다.
오피온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뱀'을 뜻하는 '오피스'(ὄφις, ophis)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