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로네시아어족(Austronesian languages)은 동남아시아, 태평양 도서 지역, 마다가스카르, 대만 등지에 분포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어족이다. '오스트로네시아'라는 명칭은 오스트리아 학자 빌헬름 슈미트가 1899년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라틴어 auster(남풍)와 그리스어 nêsos(섬)의 합성어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이 어족의 언어들이 대부분 섬 지역에서 사용된다는 점을 반영한다.
분포 및 규모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약 1,257개의 언어를 포함하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언어를 보유한 어족이며, 화자 수는 약 3억 8,600만 명(세계 인구의 약 4.9%)으로 다섯 번째로 큰 어족이다. 주요 언어로는 말레이어(인도네시아어·말레이시아어), 자와어, 타갈로그어(필리핀어) 등이 있다. 유럽인의 식민지 확장 이전까지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리적 분포를 가진 어족이었으며, 그 범위는 아프리카 남동해안의 마다가스카르(말라가시어)에서 동태평양의 이스터섬(라파누이어), 북쪽의 하와이(하와이어), 남쪽의 뉴질랜드(마오리어)에 이른다.
계통 및 분류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기원지(원향)는 대만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만 원주민 언어(대만 제어, Formosan languages)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계통적 다양성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대만 제어는 많게는 아홉 개의 어파로 분류되며, 대만 바깥의 모든 오스트로네시아어는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Malayo-Polynesian)에 속한다.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는 다시 여러 하위 어군으로 나뉘며, 그중 오세아니아어군(Oceanic)은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대부분의 언어를 포함한다.
언어학적 특징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언어들은 일반적으로 음소 체계가 작은 편이며, 음절 구조가 단순하고 자음군이 제한적인 경향이 있다. 형태론적으로는 접사(접두사, 접미사, 접요사)가 풍부한 교착어적 성격을 띠며, 단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반복하는 중첩(reduplication)이 널리 사용된다. 통사적으로는 필리핀형 언어에서 두드러지는 '오스트로네시아 정렬'(Austronesian alignment)이라는 독특한 태(voice) 체계가 특징적이다. 이 체계에서는 동사의 형태 변화를 통해 문장의 주제어가 행위자, 피행위자, 장소, 도구 등 어떤 의미역을 가지는지 표시한다.
역사 연구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언어들 간의 유사성은 1706년 네덜란드 학자 아드리안 렐란트가 처음 지적하였다. 19세기에는 빌헬름 폰 훔볼트 등이 비교 방법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20세기 초 독일 학자 오토 뎀프볼프가 오스트로네시아조어(Proto-Austronesian, PAN)의 포괄적 재구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오스트로네시아어는 문자 기록의 역사가 길지 않으나,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6세기 중반의 참어(Cham) 비문인 동옌쩌우 비문이 있다.
다른 어족과의 관계
오스트로네시아어족과 오스트로아시아어족을 묶어 오스트릭어족(Austric)이라는 대어족으로 설정하려는 가설이 존재하나, 아직 주류 언어학계에서 널리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크라다이어족(Kra-Dai)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오스트로타이 가설(Austro-Tai hypothesis), 일본어족과의 관계를 주장하는 학설 등이 제기되었으나, 이들 역시 논쟁 중인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