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레잔(恐山, Osore-zan)은 일본 아오모리현(青森県) 시모키타반도(下北半島) 중앙부에 위치한 화산 지대이자 불교 사찰 및 민간 신앙의 순례지이다. 정식 명칭은 '오소레잔 보다이지(恐山菩提寺)'이며, 고야산(高野山), 히에이잔(比叡山)과 함께 일본 3대 영산(霊山)의 하나로 꼽힌다.
어원
명칭의 기원은 아이누어(アイヌ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누어 'usori'(의미 불명), 'ushoro'(만, 큰 만), 또는 'usat oro nupuri'(잿더미 속의 산) 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 일본어로 차용되는 과정에서 음운이 변화하면서, 황량한 화산 지형의 풍경에 빗대어 일본어 '오소레(恐れ, 두려움)'와 결합되어 '오소레잔(恐山)'이라는 한자 표기가 정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 및 지질
오소레잔 산군(恐山山地)은 시모키타반도 중앙에 동서로 늘어선 8개의 소마(外輪山) 화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고봉은 가마후세산(釜臥山, 해발 878m)이다. 마지막 마그마 분출은 1만 년 이상 전에 일어났으나, 현재도 다수의 분기공(噴氣孔)에서 증기와 화산 가스(특히 이산화황)가 방출되고 있어 활화산으로 분류된다. 중심부에는 칼데라 호(湖)인 우소리호(宇曽利湖)가 있으며, 호수의 수질은 강한 산성을 띤다.
역사
862년(헤이안 시대), 천태종(天台宗)의 승려 지카쿠 대사(慈覚大師, 엔닌)에 의해 영산(靈山)으로 개산(開山)된 것으로 전해진다. 1457년에 한때 폐사되었으나 1530년에 복원되었다. 현재는 조동종(曹洞宗, Sōtō Zen)에 속하며, 본존(本尊)은 지장보살(地蔵菩薩)이다.
종교적 의미
민간 신앙에서 오소레잔은 황량한 화산 지형과 유황 가스가 솟아오르는 이계(異界)적 풍경으로 인해, 일본에서 저승(지하세계)으로 통하는 입구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사찰 경내에는 '지옥(地獄)'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으며, 화산암 지대에 136개의 지옥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돌무더기, 작은 지장보살상들이 놓여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소리호 기슭의 백사장 지역은 '고쿠라쿠 해변(極楽浜, 천국 해변)'이라 불리며 대비를 이룬다. 사찰 부지 내를 흐르는 작은 개울은 사즈 강(三途の川,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강)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타코(巫女)와 대제(大祭)
오소레잔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이타코(いたこ)'라 불리는 무녀(巫女)들의 존재이다. 이타코는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하여 그 목소리를 전하는 영매(靈媒)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시각 장애인이었으며 엄격한 수행과 정화 의식을 거쳐야 했으나, 현대에는 그 수가 크게 줄었고 모든 이타코가 시각 장애인인 것은 아니다. 사찰에서는 매년 여름과 가을에 '이타코 대제(イタコ大祭)'가 열린다.
온천
사찰 부지 내에는 남탕, 여탕, 혼욕탕 등 4종류의 천연 유황 온천이 있어 참배객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다.
현대 문화 속의 오소레잔
아오모리현 출신의 현대 미술가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작품에 오소레잔의 이미지가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여러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서 저승의 입구 또는 신비로운 장소로서 오소레잔이 배경이나 모티브로 사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