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Jerusalem) 은 18세기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가 자신의 예언서 《밀턴: 두 권의 시》(Milton: A Poem in Two Books, 1804년 집필, 약 1808년 인쇄)의 서문에 실은 시 "아득한 옛날 저들의 발길은(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을 가사로 하는 합창곡이다. 원래 제목은 시의 첫 행을 따온 "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이었으나, 이후 "예루살렘"으로 널리 알려졌다.
1916년, 당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영국 내 사기가 저하되자, 계관시인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Bridges)가 민족의 정신을 고취할 목적으로 편찬한 애국 시집 《영혼의 정신》(The Spirit of Man)에 이 시를 수록하였고, 작곡가 휴버트 패리(Sir Hubert Parry) 에게 곡을 의뢰하였다. 패리는 1916년 3월 10일에 이 시에 합창 선율을 붙였으며, 이후 에드워드 엘가(Sir Edward Elgar) 가 1922년 리즈 페스티벌을 위해 관현악 편곡을 추가하였다.
시의 내용과 배경
이 시는 예수가 십자가 처형 이후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함께 고대 영국을 방문하였다는 외경적 전설(apocryphal legend)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영국 민속학자 A. W. 스미스에 따르면, 예수의 영국 방문에 관한 구전 전통이 20세기 이전에 존재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블레이크는 오히려 존 밀턴(John Milton)의 《영국의 역사》(History of Britain)에 등장하는, 예수의 승천 후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단독으로 고대 브리튼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여행했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 주제는 요한 계시록과 민수기 11장 29절( "Would to God that all the Lords people were Prophets" )의 인용구와도 연결된다.
"어두운 사탄의 방앗간들"(Dark Satanic Mills)
가사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이 자연과 인간 관계를 파괴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블레이크는 당시 런던의 증기 동력 제분 공장인 앨비언 플라워 밀스(Albion Flour Mills)가 전통 방앗간 주인들을 몰락시키고 값싼 수입 밀가루로 부정을 저지른다는 비난을 받으며 '사탄적'이라고 불렸던 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다른 해석으로는 이 구절이 기성 교회(영국 국교회)의 억압적 권위와 교권주의(priestcraft)를 비유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대중화와 문화적 위상
이 노래는 1916년 런던 퀸스 홀에서 초연된 이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918년 패리가 여성 참정권 전국 연합(NUWSS)의 요청으로 관현악 편곡을 제공한 이후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곡으로 자리 잡았다. 패리는 저작권을 NUWSS에 양도하였고, 이후 1928년 여성 기관(WI)으로 저작권이 재이관되었다.
현재 "예루살렘"은 잉글랜드의 비공식 국가로 간주된다. 조지 5세는 이 노래를 영국 국가 《God Save the King》보다 선호하였다고 전해진다. 매년 BBC 프롬스(Proms)의 마지막 밤(Last Night of the Proms)에서 연주되며, 영국 노동당 당대회 폐회식, 잉글랜드 럭비 리그 챌린지 컵 결승전, 잉글랜드 크리켓 대표팀의 홈 경기 등 각종 국가적 행사에서 사용된다. 2010년부터는 영연방 게임(Commonwealth Games)에 참가하는 잉글랜드 선수단의 공식 응원가로 채택되었다. 2019년 영국 전역의 찬송가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연주되었으며, 가사 중 "내 불의 전차를 가져오너라(Bring me my Chariot of fire)"는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의 제목과 주제에 영감을 주었다.
악곡 정보
패리는 블레이크의 원시 16행을 2연 형식(각 연 8행)으로 배치하였고, 각 절에 4마디의 도입부와 코다를 추가하였다. 엘가가 편곡한 대편성 관현악 버전이 현재 가장 널리 연주되는 버전이다. 2020년에는 에롤린 월런(Errollyn Wallen)의 새로운 편곡 버전이 BBC 프롬스 마지막 밤에서 연주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일부 영국 국교회 성직자들은 이 노래가 기술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니므로 찬송가가 아니라고 보아 일부 교회에서는 부르지 않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