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의 해산(Dissolution of the Parliament of the United Kingdom)은 영국에서 새로운 의회와 정부 출범을 위한 총선에 앞서 기존의 의회를 해산하는 절차를 말한다. 의회가 해산되면 양원(서민원과 귀족원)의 모든 회의 업무가 종료되고, 서민원 의원(MP) 전원은 의석을 상실한다.
역사적 배경
역사적으로 의회 해산 권한은 영국 국왕(군주)의 고유 권한(왕실 특권, royal prerogative)에 속하였다. 국왕은 총리의 건의에 따라 의회를 해산할 수 있었으며, 이 권한은 수세기 동안 관습법에 의해 유지되었다. 1918년 이후로는 내각 전체가 아닌 총리 단독으로 국왕에게 해산을 건의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2011년 고정임기 의회법
2011년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이 제정되면서 기존의 관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 법에 따라 의회 임기는 5년으로 고정되었고, 조기 해산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만 가능해졌다: (1) 서민원에서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가 통과된 경우, (2) 서민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 조기 총선 결의안을 통과시킨 경우. 이로 인해 총리가 원하는 시기에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사라졌다.
2022년 의회 해산 소집법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고정임기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끝에, 2022년 의회 해산 소집법(Dissolution and Calling of Parliament Act 2022)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2011년 고정임기 의회법을 폐지하고, 과거 국왕의 고유 권한이었던 의회 해산·소집 권한을 부활시켰다. 이로써 총리가 국왕에게 의회 해산을 건의하고 국왕이 이를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이 복원되었다.
해산 절차
의회 해산은 총선일로부터 주말을 제외한 평일 25일 전에 이루어진다. 해산 당일 국왕은 추밀원(Privy Council)의 조언에 따라 포고(royal proclamation)를 발령하여 새 의회를 소집한다. 전통적으로 이 포고문은 런던시의 맨션 하우스로 전달된 후, 왕립거래소 계단에서 포고관(Common Cryer)이 낭독하고 각 런던 자치구에서도 재차 낭독된다.
해산이 이루어지면 의회는 정회(prorogation) 상태가 되며, 의원들의 의사당 출입도 제한된다. 다만 의원 본인과 보좌진의 급여는 총선일까지 계속 지급된다. 해산 선언 후 며칠 동안 남아 있는 입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기간을 두는데, 이를 '워시업 기간'(wash-up period)이라고 부른다.
임기와 해산 시기
1715년 칠년법(1911년 의회법으로 개정) 이후 영국 의회는 최대 5년 임기를 원칙으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임기 만료 전에 총리의 건의에 따라 조기 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외적으로 양대 세계대전 중에는 임기가 5년을 초과하여 연장된 바 있다.
2015년 3월 30일에는 1715년 이후 처음으로 임기 만료에 따라 의회가 자동 해산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2017년 총선은 브렉시트 협상 과정의 영향으로 조기 실시되었으며, 당시 서민원 표결(찬성 522표, 반대 13표)을 통해 결정되었다. 2019년 총선은 조기총선법(Early Parliamentary General Election Act 2019)이라는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치러진 특이 사례이다.
현재 법체계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의회 첫 소집일로부터 5년 후 자동 해산되거나, 총리의 건의에 따라 국왕의 포고를 통해 그 이전에도 해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