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 수은(I)(Mercury(I) chloride)은 화학식 Hg₂Cl₂를 갖는 무기 화합물이다. 칼로멜(calomel) 또는 아염화 수은(mercurous chloride)이라고도 불리며, 천연에서는 칼로멜 광물로 산출된다. IUPAC 명칭은 다이수은 다이염화물(dimercury dichloride)이다.
화학적 특성
염화 수은(I)은 밀도가 높고 흰색 또는 황백색을 띠는 무취의 고체이다. 분자 구조는 Cl-Hg-Hg-Cl의 선형 구조로, 수은(Hg) 원자 간의 결합(Hg-Hg 결합)이 존재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Hg-Hg 결합 길이는 약 253 pm이며, Hg-Cl 결합 길이는 약 243 pm이다. 물에 대한 용해도가 매우 낮아(약 0.002 g/L, 20°C) 염화 수은(II)(HgCl₂)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편이다. 결정 구조는 정방정계(tetragonal system)에 속하며, 공간군 I4/m 2/m 2/m이다. 자외선(UV)에 노출되면 염화 수은(II)과 원소 수은으로 분해되는 광화학적 성질을 지닌다.
제조 방법
원소 수은과 염화 수은(II)의 반응을 통해 생성된다. Hg + HgCl₂ → Hg₂Cl₂
또한 질산 수은(I) 수용액에 염화물 공급원(NaCl 또는 HCl)을 가하는 복분해 반응으로도 제조할 수 있다. 2 HCl + Hg₂(NO₃)₂ → Hg₂Cl₂ + 2 HNO₃
역사 및 명칭 유래
칼로멜(calomel)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καλός(아름다운)와 μέλας(검은색)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흰색 화합물에 '검은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암모니아와 반응할 때 미세하게 분산된 금속 수은이 형성되어 검은색을 띠는 불균등화 반응 때문이다. 또는 달콤한 맛 때문에 καλός와 μέλι(꿀)의 합성어라는 설도 있다.
염화 수은(I)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의약품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주로 완하제(laxative), 이뇨제(diuretic), 매독 치료제, 살균제 등으로 쓰였으며, 1801년에는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치료에도 사용된 기록이 있다. 18세기 미국에서는 벤저민 러시(Benjamin Rush)가 필라델피아 황열병 치료에 칼로멜을 대량 처방하기도 했다.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도 탐험 중 칼로멜을 휴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까지는 원예용 살균제로도 사용되어 배추과 작물의 뿌리혹병 예방에 쓰였다.
그러나 수은 중독의 위험성으로 인해 의학적 사용은 점차 중단되었다. 1954년까지 영국에서 치아 분말의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이로 인해 핑크병(pink disease) 형태의 수은 중독이 발생하여 사망률이 10명 중 1명에 달했다. 현재는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연합 등 많은 국가에서 화장품(비누, 피부 미백 크림) 제조나 수입이 불법으로 규제되어 있다.
전기화학적 용도
염화 수은(I)은 산화·환원 반응의 용이성을 활용하여 전기화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칼로멜 전극(calomel electrode)은 기준 전극(reference electrode)으로서 특히 오래된 문헌에서 널리 언급된다. 최근 수십 년간은 수은의 유해성 때문에 은/염화 은(Ag/AgCl) 전극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나, 적절히 다루어질 경우 여전히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안전성
염화 수은(I)은 독성 물질이다. 급성 경구 독성 LD50(쥐)은 약 210 mg/kg으로 보고되어 있다.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아 염화 수은(II)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장기간 노출 시 신경계, 신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GHS 분류상 삼키면 유해함(H302), 피부 자극(H315), 눈 자극(H319), 호흡기 자극(H335)으로 분류되며, 수생 환경에 매우 유독하다(H410). 취급 시 적절한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