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성 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 TdP)은 다형 심실빈맥(polymorphic ventricular tachycardia)의 한 유형으로, 심전도에서 QRS군의 축(axis)이 등전위선(isoelectric line)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방향을 바꾸며 마치 꼬이는 듯한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Torsades de Pointes"는 프랑스어로 "끝의 꼬임(twisting of the points)"을 의미하며, 이 독특한 심전도 형태에서 명칭이 유래하였다.
병태생리 및 원인
염전성 심실빈맥은 심근의 재분극(repolarization)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가장 핵심적인 선행 조건은 QT 간격의 연장(prolonged QT interval)이다. QT 간격이 길어지면 심실의 재분극이 지연되어 상대적 불응기(relative refractory period) 동안 심근이 불균일하게 흥분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심실조기수축(PVC)이 발생하면 R on T 현상을 통해 TdP가 촉발될 수 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전해질 불균형: 저칼륨혈증(hypokalemia), 저마그네슘혈증(hypomagnesemia), 저칼슘혈증(hypocalcemia)
- 약물: QT 간격을 연장시키는 약물들. 대표적으로 class Ia 항부정맥제(quinidine, procainamide), class III 항부정맥제(sotalol, amiodarone, ibutilide), 특정 항생제(macrolide, fluoroquinolone), 항정신병약물(haloperidol, phenothiazine), 항히스타민제 등
- 선천성 긴 QT 증후군(congenital long QT syndrome): KCNQ1, KCNH2, SCN5A 등의 유전자 변이와 관련됨
- 서맥(bradycardia): 심박수가 느릴 때 QT 간격이 더욱 연장되어 TdP 발생 위험이 증가함
- 기타: 심근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두개내출혈 등
심전도 소견
염전성 심실빈맥의 심전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다형성(polymorphic) QRS군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나타남
- QRS군의 축이 등전위선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방향을 바꾸며 점진적으로 회전하는 양상
- TdP 발생 전 QT 간격의 연장이 관찰됨
- 일반적으로 심박수는 분당 160~250회 범위
임상 양상
염전성 심실빈맥은 발작적으로 발생하여 저절로 종료될 수도 있으나, 지속될 경우 혈역학적 불안정을 초래하여 실신, 의식 소실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으로 이행되어 심정지(cardiac arrest)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치료
급성기 치료는 혈역학적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 혈역학적 불안정(무맥성, 실신 동반): 즉시 제세동(defibrillation)을 시행한다. 다형 심실빈맥이므로 동기화(synchronized) cardioversion이 아닌 비동기 제세동이 적용된다.
- 혈역학적 안정: 황산마그네슘(MgSO₄) 정맥 투여가 일차 치료이다. 혈중 마그네슘 농도가 정상이더라도 투여가 권장된다. 저칼륨혈증이 있는 경우 칼륨을 보충하여 혈중 칼륨 농도를 4.0 mmol/L 이상으로 유지한다. 서맥이 동반된 경우 심박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isoproterenol 투여 또는 일시적 심장 조율(temporary pacing)을 고려할 수 있다.
- QT 간격을 더욱 연장시킬 수 있는 class Ia, III 항부정맥제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만성기 치료로는 QT 연장을 유발한 원인(약물 중단, 전해질 교정 등)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며, 선천성 긴 QT 증후군이 원인인 경우 베타차단제 투여, 좌심장 교감신경절제술(left cardiac sympathetic denervation), 필요시 삽입형 제세동기(ICD) 삽입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