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鹽酸, hydrochloric acid, muriatic acid)은 염화 수소(HCl)의 수용액이다. 염화수소산(鹽化水素酸) 또는 염강수(鹽強水)라고도 하며, 대표적인 강산으로 분류된다. 화학식은 HCl이며, 분자량은 약 36.46 g/mol, CAS 번호는 7647-01-0이다. 순수한 염화 수소는 상온·상압에서 무색의 유독성 기체이며, 이것이 물에 녹아 생성된 수용액을 염산이라 한다. 염산은 무색 또는 연노란색을 띠는 발연성 액체로, 자극적인 냄새와 부식성이 있어 취급 시 주의가 필요하다.
화학적 성질
염산은 일양성자 산(monoprotic acid)으로, 수용액 속에서 염화 수소가 물과 반응하여 하이드로늄 이온(H₃O⁺)과 염화 이온(Cl⁻)으로 거의 완전히 해리된다. 이 때문에 강산으로 분류되며, 강산에 해당하는 높은 이온화 상수(Ka)를 갖는다. 순수한 염산은 이온화 경향이 수소보다 큰 금속(예: 아연, 철, 알루미늄 등)과 반응하여 수소 기체를 발생시키며 금속을 부식시킨다. 반면 이온화 경향이 낮은 금(金), 은(銀) 등은 염산에 부식되지 않는다. 염산을 과망가니즈산 칼륨이나 차아염소산나트륨 등과 혼합하면 유독한 염소 기체가 발생할 수 있다.
역사
염산은 800년경 이슬람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이얀(Jabir ibn Hayyan, Geber)이 소금과 황산을 반응시키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염산과 질산을 혼합해 만든 왕수(王水)는 금까지도 녹일 수 있어 연금술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금의 혼(spirits of salt)'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오늘날에도 영국에서 가정 청소용 염산을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1772년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순수한 염화 수소 기체를 분리해 냈고, 1818년 험프리 데이비가 염화 수소가 염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혔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르블랑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제법
염산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생산될 수 있다. 첫째, 만하임 공정에서는 염화 나트륨(NaCl)과 황산(H₂SO₄)을 반응시켜 염화 수소 기체를 얻는다. 둘째, 공업적으로는 물의 전기분해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와 염소를 직접 반응시켜 염화 수소를 합성한다. 셋째, 유기 합성 과정(예: 염화 바이닐, 폴리염화 비닐 등 염소 함유 유기 화합물의 생산)에서 부산물로 얻는 방법이 있으며, 이 방법이 현재 전 세계 염산 생산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계 연간 생산 규모는 약 500메가톤 수준인 것으로 보고된다.
용도
염산은 산업 분야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금속 표면의 녹(산화철)을 제거하는 산세(酸洗) 공정, 도금 공정, 염화 바이닐·폴리염화 비닐·폴리우레탄 등 유기 화합물의 생산, 젤라틴 및 식품첨가물 제조, 가죽 처리 등에 쓰인다. 식품용 염산은 식품의 산도 조절이나 중화에 사용되며, 묽은 염산은 염기성 폐수의 중화에도 활용된다. 의학적으로는 사람의 위(胃)에서 분비되는 위산의 주성분이 염산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위험성
고농도의 염산은 다량의 증기를 발생시키며, 이 증기는 눈, 피부, 호흡기 등의 생체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농도 10~25%의 염산은 자극물(Xi)로, 25% 초과 농도는 부식성 물질(C)로 분류된다. 불연성 물질이지만 이온화 경향이 큰 알칼리 금속·알칼리 토금속과 반응하면 수소 기체가 다량 발생하여 고온 조건에서 폭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취급 시 반드시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통풍이 잘 되는 환경에서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