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涅槃)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nirvāṇa)와 팔리어 니바나(nibbāna)의 음역어로, '번뇌의 불을 불어서 끄다', '불어서 꺼진 상태'라는 의미를 지닌 불교의 핵심 교리이다. 의역하여 적멸(寂滅), 멸도(滅度), 택멸(擇滅), 원적(圓寂) 등으로 번역되며, 반열반(般涅槃)이라고도 한다.
열반은 번뇌가 완전히 소멸된 상태, 또는 완성된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하며, 불교 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로 간주된다. 불교의 근본 교의인 사법인(四法印) 중 하나인 '열반적정(涅槃寂靜)'은 일체의 번뇌 속박에서 벗어나 고요한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어원 및 기원
열반이라는 용어는 불교만의 고유 개념은 아니며, 자이나교와 바라문교 등 고대 인도의 여러 종교 수행자들도 사용한 용어였다. 어원적으로는 '동요를 가라앉히다', '고요히 안정시키다'라는 뜻과 함께 '불을 불어서 끄는 것'을 의미하며, 물이 불을 끄는 것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초기 불교 경전에서는 붓다가 망집(妄執)을 끊는 것으로 평안, 즉 열반이 생긴다고 설하였다.
초기 불교의 열반
초기 경전인 《숫따니빠타》(Suttanipata)와 《쌍윳따니까야》(Saṃyutta Nikāya)에서 열반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제거함으로써 성취되는 경지로 설명된다. 이는 신비적인 초월 상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진리로 이해되었다. 《잡아함경》 제490경 〈염부차경〉에서 사리불은 열반을 탐욕(貪欲), 성냄(瞋恚), 어리석음(愚癡) 및 일체 번뇌가 영원히 다한 상태라고 정의하였으며, 팔정도(八正道)가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하였다.
부파불교의 열반 분류
부파불교에서는 열반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 번뇌는 끊었으나 육체(의신, 依身)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
-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 육체까지 소멸하여 완전히 적멸에 든 상태. 회신멸지(灰身滅智)라고도 하며, 부파불교의 최종 목적이다.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열반(택멸)을 별도의 실체(실법)로 보았으나, 경량부(經量部)에서는 번뇌가 소멸된 상태를 가리키는 가법(假法)으로 보았다.
대승불교의 열반
대승불교에서는 열반의 개념이 더욱 확장되었다. 유식유가행파(唯識瑜伽行派)는 네 가지 열반(4종열반)을 제시한다.
- 본래자성청정열반(本來自性清淨涅槃): 모든 존재의 본성이 본래 청정하며 진여(眞如)로서의 이치를 의미한다. 태어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 것으로, 모든 유정(有情)이 평등하게 공유하나 오직 성자만이 내부적으로 증득하는 세계이다.
-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 부파불교의 유여열반과 동일하다.
-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 부파불교의 무여열반과 동일하다.
-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 보살이 생사(生死)에도 열반에도 머무르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는 경지로, 대승불교의 독자적인 열반 개념이다.
중관학파(中觀學派)에서는 일체법의 실상(實相), 즉 공성(空性)이 곧 열반이라고 보아 생사와 열반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원효의 열반관
신라의 승려 원효(元曉)는 《열반종요(涅槃宗要)》에서 열반이 공(空)인가 불공(不空)인가에 대한 두 가지 학설을 소개하였다. 원효는 언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공으로도 불공으로도 이해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으며, 이는 《대승기신론》의 열반 이해를 계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사와 열반의 관계
대승불교의 여러 논서에서는 생사(生死)와 열반이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 폭넓게 제시되었다. 의상(義湘)은 《법계도(法界圖)》에서 "생사와 열반은 항상 함께 화합되어 있다"고 하였으며, 화엄계와 천태계의 저술에서도 이와 유사한 관점이 나타난다.
기타 분류
- 지론종(地論宗): 성정열반(性淨涅槃)과 방편정열반(方便淨涅槃)의 2종으로 구분.
- 천태종(天台宗): 성정열반(性淨涅槃), 원정열반(圓淨涅槃), 방편정열반(方便淨涅槃)의 3열반으로 구분.
용례의 확장
열반은 본래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하였으나, 이후 승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열반, 입적(入寂), 입멸(入滅), 입열반(入涅槃)이라고 부르는 관용적 표현으로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