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추진 로켓(Retrorocket)은 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추력을 발생시켜 물체의 속도를 감속시키는 로켓 엔진을 의미한다. 영문 명칭 'retrorocket'은 '역행하는(retrograde)'과 '로켓(rocket)'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약칭이다. 일반적인 로켓이 가스를 아래로 분사하여 위쪽으로 추진력을 얻는 것과 달리, 역추진 로켓은 진행 방향의 반대쪽으로 가스를 분사하여 진행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주로 우주선과 항공 분야에서 활용되며, 근래에는 재사용 발사체 시스템에서도 핵심 기술로 사용된다.
역사
역추진 로켓의 초기 개발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발한 DFS 230 글라이더가 있다. 일부 기종의 기수 부분에 로켓을 장착하여 항공기가 보다 제한된 공간에 착륙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초의 활용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된다. 같은 시기 영국 해군의 비전통 무기 개발국(Directorate of Miscellaneous Weapons Development)이 주도한 'Hajile' 프로젝트에서도 고속·고고도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로부터 중장비나 차량을 낙하시키는 방법으로 역추진 로켓 기술이 연구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낙하 방향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실용화되지 못했고 전쟁 종료 후 대부분 잊혀졌다. 이후 소련이 이 기술을 활용하여 대형 화물의 감속 착륙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 분야
궤도 이탈
지구 궤도에 머물고 있는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감소시켜 궤도를 낮춰야 한다. 역추진 로켓은 이러한 궤도 이탈 기동(deorbit maneuver)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역추진 로켓이 없으면 우주선은 궤도가 자연적으로 감쇠되기까지 오랜 시간 궤도에 머물게 되며, 유인 우주선의 경우 생명 유지 장치가 소진된 이후에야 재진입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유인 우주선의 궤도 이탈용 역추진 로켓은 매우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역추진 로켓을 궤도 이탈에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머큐리(Mercury), 제미니(Gemini) 프로그램이 있다. 머큐리 우주선은 약 4.5kN 추력의 고체 연료 역추진 로켓 3기를 히트 실드에 부착하여 사용했으며, 그중 1기만 성공해도 지구 귀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제미니 우주선은 각각 약 11kN 추력의 로켓 4기를 순차 점화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아폴로(Apollo) 계획에서는 사령·기계선의 기계 추진 엔진을 역추진 로켓으로 전환하여 사용했으며, 달 궤도 진입 및 지구 귀환에 활용하였다. 우주왕복선(스페이스 셔틀)은 궤도 기동 시스템(OMS)의 액체 연료 로켓 2기를 재진입 및 궤도 기동에 사용했다.
발사체 단 분리
다단 로켓에서 단 분리 시 상단과 하단의 충돌을 방지하고 깨끗한 분리를 보장하기 위해 역추진 로켓이 사용된다. 타이탄 II, 새턴 I, 새턴 IB, 새턴 V 등의 발사체에서 하단부에 소형 역추진 로켓을 장착하여 분리 시 하단을 후퇴시키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예를 들어 새턴 V의 S-IC 및 S-II 단은 연소 종료 후 역추진 로켓을 점화하여 나머지 발사체로부터 후퇴시켰다.
착륙
달이나 화성 등 천체에 착륙하는 착륙선의 감속과 충격 완화에도 역추진 로켓이 사용된다. 착륙 직전에 역추진 로켓을 분사하면 착륙선의 속도가 감소하여 착륙 시 충격량이 줄어든다. 소유즈(Soyuz) 우주선의 경우 착륙 직전 단계에서 소형 역추진 로켓을 사용해 착륙 충격을 완화한다.
재사용 발사체 시스템
2010년 이후 역추진 로켓은 재사용 발사체 분야에서 새로운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스페이스X(SpaceX)의 팔콘 9(Falcon 9) 및 팔콘 헤비(Falcon Heavy)의 1단은 2단 분리 이후 주 엔진 중 1~3기를 역추진 모드로 점화하여 추진식 착륙을 수행하며, 이후 회수·재정비되어 다음 비행에 재사용된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뉴 글렌(New Glenn), 중국의 창정 8호(Long March 8), 유럽연합의 RETALT(RETropropulsion Assisted Landing Technologies) 프로젝트 등도 재사용 부스터를 위한 역추진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New Shepard) 캡슐은 낙하산 하강 후 착지 직전에 역추진 로켓을 점화하여 속도를 늦춘다.
기타 사례
1979년 미국 정부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Credible Sport 작전)을 위해 록히드 C-130 허큘리스 수송기를 개조한 YMC-130H 기종에 역추진 로켓을 장착하여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에 착륙하도록 설계한 바 있다. 해당 기체는 테스트 비행 중 사고로 파손되었고 작전은 취소되었다.
참고 문헌
- Bishop, Charles (1998). Encyclopedia of Weapons of World War 2. Metro Books. p. 408. ISBN 1-58663-762-2.
- Wikipedia, "Retrorocket" 항목
- 위키백과, "역추진 로켓" 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