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사 효소(逆轉寫酵素, Reverse Transcriptase)는 RNA를 주형으로 하여 상보적인 DNA를 합성하는 효소이다. 공식 명칭은 RNA 의존성 DNA 중합효소(RNA-dependent DNA polymerase)이며, EC 번호는 2.7.7.49이다. 이 효소는 일반적인 유전 정보의 흐름(DNA → RNA → 단백질)과 반대 방향인 RNA → DNA의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 과정을 촉매한다.
역전사 효소는 1970년, 위스콘신 대학교의 하워드 테민(Howard Temin)이 라우스 육종 바이러스(Rous sarcoma virus)에서 최초로 발견하였고, 같은 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가 두 종의 RNA 종양 바이러스로부터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들은 이 공로로 197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역전사 효소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가 특이적으로 가지고 있는 효소로, 바이러스의 RNA 유전체를 DNA로 변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효소는 세 가지 순차적인 생화학적 활성을 가진다: RNA 의존성 DNA 중합효소 활성, 리보뉴클레아제 H(RNase H) 활성, 그리고 DNA 의존성 DNA 중합효소 활성이다. 이 활성들을 통해 단일가닥 RNA를 이중가닥 cDNA(complementary DNA)로 전환하며, 생성된 DNA는 숙주 세포의 염색체에 삽입된다.
일반적인 DNA 복제 효소와 달리 역전사 효소는 합성 과정 중 오류를 정정하는 교정 읽기(proofreading) 기능이 없으므로 역전사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레트로바이러스는 높은 돌연변이율을 가지며, 이는 약물 내성이나 백신 회피 변종을 생성하는 원인이 된다.
역전사 효소는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응용 기술로는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이 있으며, 이는 mRNA로부터 cDNA를 합성하고 증폭하여 유전자 발현 분석, RNA 바이러스 검출 등에 활용된다. 또한 cDNA 라이브러리 구축, 유전자 클로닝, 마이크로어레이 분석 등에도 사용된다.
의학 분야에서는 HIV 치료제 개발의 주요 표적이 된다.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RTI)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NRTI)는 이 효소의 활성을 차단하여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로 사용된다.
역전사 효소는 레트로바이러스 외에도 진핵생물의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텔로머레이즈 역전사 효소(telomerase reverse transcriptase), 세균의 레트론(retron) 및 방어 관련 역전사 효소(DRT) 복합체 등 다양한 생물학적 맥락에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