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역사적 인종 분류

정의

역사적 인종 분류는 인류(Homo sapiens)를 인종(race)이라는 개념에 따라 분류하고자 한 과거의 다양한 학문적·사회적 시도를 의미한다. 현대적 의미의 '인종'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며,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는 주로 '민족(Nation)'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형질인류학(physical anthropology)의 한 분야로서 인종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현대 유전학의 발달 이후 형질에 기반한 전통적 인종 분류는 더 이상 주류 학계에서 과학적 이론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어원

영어 'race'라는 단어는 약 1580년경 이탈리아어 'razza'에서 유래한 고대 프랑스어 'rasse'(1512)를 거쳐 영어에 도입되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단어의 초기 용례를 16세기 중반으로 기록하며,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집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정의한다. 1572년에는 '민족(ethnic group)'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보다 앞선 개념으로는 라틴어 'genus'(출생, 혈통, 기원, 가족과 관련된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가 있었으며, 이는 그리스어 'genos'(γένος, 종족 또는 종류) 및 'gonos'(출생, 자손, 혈통)와 동계어 관계에 있다.

역사적 전개

  1. 고대 고대 그리스·로마인과 중국인들은 외모와 도덕성을 연결짓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기원전 3세기 한나라 역사가는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야만인을 '원숭이의 후손'에 비유하기도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종 간 외모 차이를 자연 환경 및 민족성과 연결지어, 따뜻한 지방의 사람들은 게으르고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근면하다고 서술했다. 고대 이집트의 『문의 서(Book of Gates)』에는 붉은 갈색의 이집트인, 창백한 레반트인(아시아인), 검은 누비아인, 흰 피부의 리비아인 등 네 집단이 구분되어 묘사되어 있다.

  2. 중세 유럽 중세의 인종 모델은 고전적 관념과 노아의 세 아들(셈, 함, 야벳)에게서 인류가 유래했다는 성경적 계보를 혼합한 것이었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9세기 철학자 알 자히즈(al-Jahiz)가 환경에 따른 피부색의 기원을 설명하려 시도했으며, 14세기 이슬람 사회학자 이븐 할둔(Ibn Khaldun)은 검은 피부가 함의 저주 때문이 아니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더운 기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3. 근대적 인종 분류의 등장 (17~18세기) 1684년 프랑스인 프랑수아 베르니에(François Bernier)는 인류를 유럽인, 극동인, 흑인, 라프인(Lapps)의 네 집단으로 구분한 최초의 체계적 인종 분류를 발표했다. 1735년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는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 제10판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네 변종(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으로 나누었으며, 이는 생물학적 분류 체계 내에서 인종 개념을 정립한 초기 사례였다.

1779년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Johann Friedrich Blumenbach)는 인류를 5개 인종으로 구분하여 발표하였다:

  • 백인 인종(코카서스 인종): 유럽,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 몽골로이드(황인종):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 니그로이드(흑인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 아메리칸(적인종):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 말레이 인종(갈색인종): 동남아시아

이는 지역별로 정리된 최초의 근대적 인종 개념으로 평가된다.

  1. 과학적 인종주의의 발달 (19세기~20세기 초) 19세기에는 인종을 생물학적·체계적으로 분류하려는 학문적 시도가 인종학(racial anthropology)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였다. 조르주 퀴비에, 제임스 카울스 프리처드, 루이 아가시, 찰스 피커링 등이 이 분야를 개척했으며, 두개골 측정(두개골학, craniometry)과 인체측정학(anthropometrics) 등의 방법론이 도입되었다.

프랑스 외교관 아르튀르 드 고비노(Arthur de Gobineau)는 『인종 불평등론』(1853~1855)에서 백인, 황인, 흑인의 세 인종이 자연적 장벽으로 분리된 상태가 이상적이며, 인종 혼합이 문명의 쇠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Thomas Huxley)는 1870년 논문에서 기존 5대 인종을 9가지로 세분화하였으며, 그의 분류에서 크산토크로이(Xanthochroi)와 멜라노크로이(Melanochroi)는 각각 후일 노르드 인종과 지중해 인종으로 불리게 되었다.

  1. 인종학의 쇠퇴 (1930년대 이후)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우생학을 바탕으로 한 국가 정책을 실행하자, 이에 대한 학계의 반발이 일어났다.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는 환경과 문화가 인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고정된 분류학적 인종 개념에서 벗어나도록 학계를 이끌었다. 1935년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와 A. C. 해든(A. C. Haddon)은 『우리 유럽인(We Europeans)』을 출간하여 인종 과학에 대한 비판을 대중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이후 유네스코(UNESCO)는 1950년, 1951년, 1964년, 1967년, 1978년에 걸쳐 다섯 차례의 '인종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1950년 첫 성명은 "인종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폐기하고 '민족 집단(ethnic group)'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인종 간 지적·심리적·정서적 능력에 선천적 차이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선언하였다.

현대적 관점

현대 유전학의 발전으로 인해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별개의 인종 개념은 더 이상 과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합의이다. 1998년 미국인류학회(AAA)의 '인종에 관한 성명'은 인종을 생물학적 실체가 아닌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로 규정하였다. 2019년 미국체질인류학회(AAPA)는 "인종을 인간 생물학의 자연적 측면으로 보는 믿음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불평등 구조(인종주의)는 현재와 과거 모두 인간 경험에서 가장 해로운 요소 중 하나"라고 선언하였다.

유전학자 앨런 템플턴(Alan R. Templeton)은 2016년 현대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아종(subspecies) 또는 인종의 기준을 검토한 결과 "인간에게 인종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고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주요 참고 자료

  • 한국어 위키백과 「역사적 인종 분류」
  • 영어 위키백과 「Historical race concepts」
  • UNESCO, "The Race Question" (1950), "The Race Concept" (1951), "Proposals on the Biological Aspects of Race" (1964)
  • 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 "AAA Statement on Race" (1998)
  • American Association of Physical Anthropologists, "AAPA Statement on Race and Racism" (2019)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