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Enron Corporation)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미국의 에너지, 물류 및 서비스 회사였다. 1985년 휴스턴 내추럴 가스(Houston Natural Gas)와 인터노스(InterNorth)의 합병으로 설립되었으며, 창립자는 케네스 레이(Kenneth Lay)이다. 2000년 기준 매출 약 1,110억 달러, 직원 약 2만 명을 보유한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포춘》(Fortune)지는 엔론을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엔론의 사업 영역은 전기, 천연가스, 통신, 제지 분야에 걸쳐 있었으며, 에너지 거래 및 중개업을 주요 사업으로 삼았다. 1999년에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엔론 온라인(Enron Online)을 개설하여 에너지 파생상품 거래를 혁신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1년 말, 엔론의 재정 상태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회계 부정(분식회계)으로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스캔들 중 하나인 '엔론 사태'가 발생하였다.
엔론의 몰락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마크-투-마켓(Mark-to-Market) 회계 방식의 남용이다. 이 방식은 장기 계약의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추정하여 수익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게 하였으나, 실제 현금 유입 없이 장부상의 이익을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둘째, 특수목적법인(SPE, Special Purpose Entity)을 통한 부채 은폐이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앤드루 패스토우(Andrew Fastow)는 다수의 유령 회사(추코, LJM, 랩터 등)를 설립하여 엔론의 수백억 달러 규모 부채를 재무제표에서 은폐하였다. 셋째, 기업 지배구조의 붕괴이다. 이사회와 감사 위원회는 경영진의 고위험 회계 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으며,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en)은 감사와 컨설팅 수익 간의 이해충돌로 인해 적절한 감사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2001년 10월, 엔론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의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약 6억 1,300만 달러의 이익이 감소하고 부채는 6억 2,800만 달러 증가하였다. 같은 시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주가는 2000년 중반 90달러 이상에서 2001년 11월 말 1달러 미만으로 폭락하였다. 경쟁사였던 다이네기(Dynegy)의 인수 시도는 무산되었고, 2001년 12월 2일 엔론은 미국 파산법 제11장에 따라 파산 보호를 신청하였다. 당시 엔론의 자산은 634억 달러로, 이는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 사건이었다(이듬해 월드컴이 이를 경신).
파산 이후 엔론의 경영진은 기소되었다. 케네스 레이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 최고경영자는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각각 징역 24년 4개월, 24년을 선고받았다(레이 회장은 선고 전 사망). 앤드루 패스토우는 혐의를 인정하고 10년을 선고받았다. 엔론의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아서 앤더슨은 증거 인멸 및 감사 소홀로 기소되어 결국 해체되었으며, 이는 세계 5대 회계법인이 사라진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엔론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약 740억 달러의 손실을 안겼으며, 수만 명의 직원들이 퇴직금과 연금 대부분을 잃었다. 또한 이 사건은 미국 회계 및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촉발하였다. 2002년 제정된 사베인즈-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은 상장 기업의 재무 보고 정확성을 높이고, 회계 법인의 독립성과 감사 책임을 강화하는 핵심 계기가 되었다. 엔론은 이후 기업 사기와 회계 부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