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는 베트남 전쟁(1961~1971) 기간 중 미군이 '랜치 핸드 작전(Operation Ranch Hand)'의 일환으로 사용한 고엽제의 암호명이다. 이 명칭은 해당 화학물질이 담긴 55갤런(약 200리터) 드럼통의 색상이 오렌지색이었던 데서 유래하였으며, '무지개 제초제'로 불린 여러 고엽제(에이전트 화이트, 에이전트 블루, 에이전트 퍼플, 에이전트 핑크, 에이전트 그린) 중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화학적으로 에이전트 오렌지는 두 가지 페녹실계 제초제인 2,4-D(2,4-디클로로페녹시아세트산)와 2,4,5-T(2,4,5-트리클로로페녹시아세트산)를 약 1:1 비율로 혼합한 것이다. 주로 몬산토(Monsanto)와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에서 제조되었다. 문제는 2,4,5-T의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로 극독성 물질인 2,3,7,8-테트라클로로디벤조-p-다이옥신(TCDD)이 생성된다는 점이었다. TCDD는 '인류가 합성한 가장 유독한 분자'로 평가되며, 청산가리보다 약 1만 배, 비소보다 약 3,000배 강한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방부의 기록에 따르면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약 2,000만 갤런(약 8,000만 리터)의 고엽제가 베트남 남부, 라오스 동부,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살포되었다. 이 작전의 목적은 게릴라의 은신처가 되는 정글의 삼림을 제거하고, 농작물을 파괴하여 적의 식량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살포는 주로 저공 비행하는 C-123 프로바이더 항공기나 UH-1 헬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남베트남 전체 숲의 약 20%에 해당하는 지역이 최소 1회 이상 살포되었으며, 일부 지역은 법정 허용 기준의 수백 배에 달하는 농도로 오염되었다.
에이전트 오렌지의 건강 피해는 전쟁 이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TCDD는 인체 내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반감기가 7~11년에 이르며, 토양과 수중 퇴적물에서는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잔류할 수 있다. 미국 의학연구소(IOM)와 국립독성프로그램(NTP)은 TCDD를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였으며, 연조직 육종, 비호지킨 림프종, 호지킨 림프종, 만성 림프구 백혈병(CLL), 폐암, 전립선암, 후두암 등 여러 암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었다. 또한 당뇨병, 신경계 손상, 면역 기능 저하, 생식 기능 장애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의 상관관계가 연구를 통해 제기되었다.
베트남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약 480만 명의 베트남인이 에이전트 오렌지에 노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약 40만 명이 사망하거나 장애인이 되었고, 약 50만 명의 어린이가 선천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적십자사는 300만 명의 피해자를 보고한 바 있다.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에서는 구개 파열, 정신 지체, 탈장, 다지증 등의 선천적 결함이 높은 빈도로 보고되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사용 또는 실험되었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걸쳐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한국군에 의해 고엽제가 살포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약 3만 명 이상의 한국 전역 군인이 고엽제 노출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한국 항소법원은 다우 케미컬과 몬산토에 대해 6,800명의 피해자에게 약 6,2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플로리다, 캐나다(뉴브런즈윅 개이지타운), 푸에르토리코, 태평양 지역 등 32개 장소에서 에이전트 오렌지의 실험, 저장, 처분을 진행한 것으로 2006년 미국방부에 의해 공개되었다.
미국 내에서는 1978년 시카고 WBBM TV의 다큐멘터리 방영을 계기로 고엽제 피해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1984년 고엽제 제조회사들은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보상 기금 조성에 합의하였으나, 이 합의에는 고엽제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1991년 미국 의회는 '고엽제 법안(Agent Orang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과학적 증명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예방적 원칙에 따라 참전 군인에 대한 보상 정책을 시행하도록 하였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체 숲의 약 17.8%(310만 헥타르)를 파괴하였으며, 맹그로브 숲의 20~50%가 소실되었다. 고사된 산림 지역은 대나무나 코곤 풀과 같은 개척종에 의해 대체되어 생태계 회복이 어려운 상태이며, 동물 종의 다양성 또한 급격히 감소하였다. 다이옥신은 토양과 수자원을 통해 먹이 사슬로 이동하여 생물 농축 현상을 일으키며, 현재까지도 베트남 환경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