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본명 에린 패티 Erin Pattee, 1960년 6월 22일 출생)는 미국의 법률 사무소 직원이자 소비자 운동가, 환경 운동가이다. 본명은 에린 패티이며, 브로코비치는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성씨이다. 그녀는 정식 법조인 자격(변호사 면허)을 보유하지 않은 채 법률 보조원(파라리걸)으로 활동하면서,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힝클리 지역의 지하수 오염 사건을 조사하고 거대 전력·가스 기업인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 컴퍼니(PG&E)를 상대로 한 소송을 주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애와 배경
에린 브로코비치는 1960년 6월 22일 미국 캔자스주 로렌스에서 저널리스트인 어머니 베티 조와 산업 엔지니어이자 미식축구 선수였던 아버지 프랭크 패티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렌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캔자스 주립대학교에 재학했으며,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웨이드 칼리지에서 응용 예술 학위를 취득하였다. 1981년에는 미인 대회인 '미스 퍼시픽 코스트'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1982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1991년부터 에드워드 매스리(Ed Masry)가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소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PG&E 사건
1993년, 브로코비치는 캘리포니아주 힝클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각종 질병 사례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힝클리 지역에 위치한 PG&E의 압축기지(compressor station)에서 1952년부터 1966년 사이에 냉각탑 부식 방지 목적으로 사용된 육가크롬(크로뮴 6가, hexavalent chromium)이 지하수로 유출되어 약 2제곱마일(약 5.2제곱킬로미터)의 지하수를 오염시켰음이 드러났다. 육가크롬은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브로코비치는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매스리 법률사무소와 함께 힝클리 주민들을 대리하여 1993년 PG&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Anderson, et al. v. Pacific Gas & Electric). 이 소송은 1996년에 3억 3,300만 달러 배상 합의로 종결되었으며, 이는 당시 미국에서 직접소송(direct-action lawsuit)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의금이었다. 법률사무소 매스리 & 비토예(현재 Masry & Vititoe)는 해당 합의금 중 약 1억 3,360만 달러를 수임료로 받았고, 브로코비치 본인은 약 250만 달러를 받았다.
이후 활동
PG&E 사건 이후 브로코비치는 환경 오염 관련 소송에 계속 참여하였다. 그녀는 케틀맨 힐스 지역의 PG&E 압축기지 오염 사건(2006년 3억 3,500만 달러 합의) 등에 관여하였다. 또한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 강연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03년에는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곰팡이(유독성 곰팡이) 오염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합의금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브로코비치는 2023년 2월 미국 오하이오주 이스트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노퍽서던 철도 유해 화학물질 탈선 사고 이후 현장을 방문하여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대중문화 속 이미지
브로코비치의 PG&E 상대 소송 실화는 2000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을 포함한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브로코비치 본인은 영화에서 웨이트리스로 카메오 출연하기도 하였다. 2021년에는 그녀의 삶을 모티프로 한 ABC 드라마 《레벨》(Rebel)이 방영되었다.
저서
브로코비치는 2001년 첫 저서 《Take It from Me: Life's a Struggle But You Can Win》을 출간하였고, 2020년에는 《Superman's Not Coming》을 출간하였다.
개인 생활
브로코비치는 세 번 결혼하였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첫 번째 남편 쇼운 브라운과의 사이에서 아들 매튜와 딸 케이티를, 두 번째 남편 스티븐 브로코비치와의 사이에서 딸 엘리자베스를 두었다. 세 번째 남편은 배우이자 음악가인 에릭 엘리스였다. 그녀는 난독증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브로코비치는 미국 법조계의 공식 면허 소지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변호사'로 불리기보다는 법률 보조원이자 환경·소비자 운동가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녀의 활동은 일부 사례에서 과학적 증거의 부족으로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제고와 기업의 오염 책임 규명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