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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를리코사우루스

에를리코사우루스(Erlikosaurus)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 약 9,600만 년 전에서 8,900만 년 전 사이에 오늘날 아시아 대륙(몽골)에서 서식한 2족 보행의 초식 공룡이다. 속명의 뜻은 몽골과 튀르크 신화에서 죽음과 저승을 관장하는 악신의 이름인 '에를리크(Erlik)'에서 따온 '에를리크의 도마뱀'을 의미한다.

분류 및 발견

에를리코사우루스는 수각류(theropod) 공룡 중 테리지노사우루스과(Therizinosauridae)에 속한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육식 수각류에서 진화하였으나 초식성으로 적응한 독특한 공룡 집단이다. 화석은 1972년 소련-몽골 공동 고생물 탐사대에 의해 몽골의 바얀시레층(Bayan Shireh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으며, 1980년 고생물학자 린첸 바르스볼드(Rinchen Barsbold)와 알탄게렐 페를레(Altangerel Perle)에 의해 에를리코사우루스 안드레우시(Erlikosaurus andrewsi)라는 학명으로 명명 및 기재되었다. 종명 'andrewsi'는 1922년부터 1930년까지 아시아 탐험대를 이끈 미국 고생물학자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신체적 특징

에를리코사우루스는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중 비교적 소형에 속한다. 전체 몸길이는 약 3.4m에서 4.5m, 체중은 150kg에서 250kg 정도로 추정된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최대 6m, 500kg에 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이는 화석 자료의 부족으로 인한 추정치의 차이이다.

두개골은 약 25~26cm 길이로 가늘고 긴 모양이며, 주둥이 끝에는 이빨이 없는 각질 부리(rhamphotheca)가 발달해 있었다. 입 안쪽에는 거친 톱니 모양의 이빨이 배열되어 있었다. 목은 길었고, 발에는 4개의 발가락이 있었으며 첫 번째 발가락은 다른 수각류와 달리 퇴화되지 않고 발목 관절과 연결되어 있었다. 앞다리는 강력하고 길며, 끝에는 길고 낫 모양의 발톱이 있었다. 골반은 뒤쪽을 향하는 오피스토푸빅(opisthopubic) 구조였다. 다른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깃털 화석 증거로 미루어 보아 에를리코사우루스 역시 깃털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화석 기록

에를리코사우루스의 완전모식표본(MPC-D 100/111)은 매우 잘 보존된 두개골, 오른쪽 발, 왼쪽 상완골, 그리고 몇 개의 경추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두개골은 테리지노사우루스류(당시에는 세그노사우루스류로 불림) 중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두개골로서, 이 수수께끼의 공룡 집단에 대한 이해를 크게 증진시켰다. 현재까지도 가장 완전하게 알려진 테리지노사우루스류 두개골로 남아 있다.

고생물학

2012년 컴퓨터 단층촬영(CT) 분석 결과, 에를리코사우루스는 후각, 청각, 균형 감각이 잘 발달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식 수각류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으로, 초식성으로 진화한 테리지노사우루스류가 육식 조상으로부터 이러한 감각 능력을 유전받아 활용했음을 시사한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에를리코사우루스의 물기 힘(bite force)은 다른 수각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으며(주둥이 끝에서 43~65N, 마지막 위턱 이빨 부위에서 90~134N), 이는 부드러운 잎이나 과일을 따 먹는 방식의 섭식에 적합했다. 각질 부리는 섭식 시 두개골에 가해지는 응력을 완화하는 구조적 기능을 수행했다. 최대 입 벌림 각도는 약 43도였다.

고환경 및 공존

에를리코사우루스가 발견된 바얀시레층은 백악기 세노마누아절에서 산토니아절에 해당하며, 당시 이 지역은 반건조 기후에 습지와 큰 곡류 하천이 존재하는 환경이었다. 같은 지층에서는 더 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인 세그노사우루스(Segnosaurus)도 함께 서식했다. 두 공룡은 이빨 구조, 체구, 섭식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틈새 분화(niche partitioning)를 통해 동일한 환경에서 자원 경쟁을 피하며 공존했음을 보여준다.

분류학적 논쟁

2010년 고생물학자 그레고리 S. 폴(Gregory S. Paul)은 에를리코사우루스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에니그모사우루스(Enigmosaurus)와 동일한 속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후 연구자들은 두 속이 서로 다른 지층 경계에서 발견되었고 크기 차이도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별개의 속으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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