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푸르트 강령(독일어: Erfurter Programm)은 1891년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서 개최된 독일 사회민주당(SPD)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 강령이다.
배경
1875년 고타에서 채택된 고타 강령은 라살레주의적 요소와 마르크스주의적 요소가 절충된 성격을 지녔으나, 이후 독일 사회민주당 내부에서는 보다 순수한 마르크스주의 노선으로의 전환이 요구되었다. 1878년부터 시행된 《사회주의자 탄압법》(Sozialistengesetz, 1878–1890)으로 독일 내 사회주의 운동은 탄압받았으나, 1890년 이 법이 폐지되면서 독일 사회민주당은 합법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은 1891년 에르푸르트에서 당대회를 개최하고, 고타 강령을 대체할 새로운 강령을 채택하였다.
구성과 내용
에르푸르트 강령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이론적 원칙(기본 원리) 부분으로, 카를 카우츠키(Karl Kautsky)가 초안을 작성하였으며 강한 마르크스주의적 성격을 띤다. 이 부분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필연성, 사유재산과 계급 모순의 심화, 사회주의 사회의 도래에 대한 예측 등 혁명적 이론을 담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당면 요구(실천 부분)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Eduard Bernstein)이 작성에 관여하였다. 이 부분은 노동 시간 단축, 보편적 참정권, 여성의 완전한 평등권, 노동조합의 자유, 사회 보장 제도 등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 개혁 요구를 제시하였다.
의의
에르푸르트 강령은 독일 사회민주당의 공식 이념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재수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또한 1875년 고타 강령과 달리 라살레주의적 요소를 배격하고 보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을 견지한 최초의 당 강령으로 평가된다. 이 강령은 이후 유럽 각국의 사회주의 정당들이 강령을 작성할 때 중요한 모범 사례로 참고되기도 하였다.
수정주의 논쟁과의 관계
에르푸르트 강령 채택 이후, 베른슈타인이 1896년부터 1898년에 걸쳐 〈사회주의의 문제〉(Probleme des Sozialismus)라는 논문 시리즈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이론 및 에르푸르트 강령의 혁명적 전망에 대해 회의를 표명하면서 독일 사회민주당 내부에서 수정주의 논쟁이 전개되었다. 이후 강령의 혁명적 이론 부분과 실천적 개혁 부분 사이의 긴장은 오랫동안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내적 쟁점으로 남았다.
후속 강령
에르푸르트 강령은 1921년 괴를리츠 강령(Görlitzer Programm)으로 대체될 때까지 약 30년간 독일 사회민주당의 공식 강령으로 유지되었다.
출처
에르푸르트 강령에 관한 정보는 한국어·독일어·영어 위키백과 및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SPD 공식 자료, 마르크스주의 인터넷 아카이브(Marxists Internet Archive) 등 공개된 문헌을 바탕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