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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양

억양은 언어학에서 문장이나 문장의 일부에 나타나는 변별적인 소리의 높낮이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한자로는 抑揚(억제할 억, 오를 양)이라 쓰며, 영어로는 intonation에 해당한다. 이는 단어 수준에서 나타나는 강세나 성조와 달리 문장 수준에서 나타나며, 같은 단어라도 문장의 어느 위치에 놓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억양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문장 안에서 나타나는 소리의 높낮이인 고저조(pitch level)이고, 둘째는 문장 끝에서 나타나는 소리의 상승·하강인 문말조(terminal contour)이다. 한국어의 경우 '틀렸어'라는 같은 표현도 대답하는 말일 때는 문장 끝이 내려가고 묻는 말일 때는 올라가며, 이로써 화자의 의도가 구별된다.

억양은 언어의 의미 결정에 관여하는 변별적인 요소로 기능한다. 한국어에서 '누구', '언제', '어디', '무엇' 등으로 시작되는 의문문이 그 전형적인 예로, 의문사 쪽을 높이느냐 서술어 쪽을 높이느냐에 따라, 또 문말조가 상승조인가 하강조인가에 따라 설명의문문과 판정의문문이 구별된다. 또한 병렬 구조에서는 앞에 오는 항목들 다음에 상승조가 나타나 뒤에 이어지는 말이 있음을 알리고, 마지막 항목 다음에는 하강조가 나타나 병렬이 끝났음을 표시한다.

하지만 화가 났을 때 소리를 높인다거나 비명을 지를 때 음량을 크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은 감정상의 발성 조절에 해당하며 억양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억양은 단어들 간의 상대적인 높낮이 체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 억양은 단어 고유의 악센트나 음장(音長)과 구별되지만, 무관하지는 않다. 수식어와 피수식어 구성에서 수식어에 고조가 놓이는 규칙이 있으며, 그 고조가 어느 음절에 위치하는지는 각 단어가 지닌 고유한 악센트에 의해 결정된다. 고저악센트는 중세 국어에서 성조(聲調)로서 단어의 의미를 변별하는 음소 기능을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함경도, 강원도 동남부 일부, 경상도 등의 방언에만 남아 있다.

또한 '억양'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부산 억양', '제주도 억양'과 같이 특정 지역이나 사회 집단에 따라 고유하게 드러나는 발음 방식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널리 쓰인다. 이 경우의 '억양'은 악센트(accent)에 가까운 의미이며, 학술적인 언어학의 '억양(intonation)'과 구별하여 사용될 필요가 있다.

억양은 구두점으로 일부 파악할 수 있으나, 같은 구두점이 다른 문말조로 나타날 수 있으며 고저조는 서면 표기에 드러나지 않으므로 시각적 부호로 온전히 표기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억양은 문장의 다른 요소에 비해 체계적으로 다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각 언어마다 고유한 억양 체계가 존재하며 문장의 의미와 자연스러움을 결정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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