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리학(藥理學, pharmacology)은 물질이 생물의 기능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기초의학 및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물질이 임상의학적 성질을 지니면 이를 약(藥)이라 하며, 약을 구성하는 성분을 약물이라 부른다. 약리학은 약물의 조성, 성질, 상호작용, 독성, 치료법, 의학적 적용 등을 포괄적으로 연구한다.
어원 및 정의
"약리학"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의 pharmacon(약물)과 logos(과학, 학문)에서 유래한 영어 pharmacology를 번역한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약리학을 "약물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며, 약물의 역사, 기원, 물리화학적 성상, 조제, 생화학 및 생리학적 효과, 작용기전, 흡수, 생체 내 변화, 배설, 그리고 치료를 비롯한 여러 용도에 대한 지식을 다루는 학문으로 설명한다. 약물을 "생명 현상의 여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로 폭넓게 규정할 경우, 약리학의 연구 범위는 매우 광범위해진다.
주요 하위 분야
약리학은 연구 대상과 접근 방식에 따라 여러 분야로 세분된다. 대표적으로 다음이 있다.
- 약력학(藥力學, pharmacodynamics): 생체에 대한 약물의 생리학적·생화학적 작용과 작용기전, 즉 약물이 일으키는 생체 반응을 연구한다.
- 약동학(藥動學, pharmacokinetics): 약물의 흡수, 분포, 생체 내 대사 및 배설 과정을 연구한다. 약동학적 특성은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의 첫 글자를 따 'ADME'로 요약되기도 한다.
- 약치학(藥治學):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의 응용을 연구한다.
- 독성학(毒性學): 독물의 기원, 물리화학적 성상, 검출, 중독의 진단·증상·치료와 예방을 다룬다.
- 임상약리학(臨床藥理學):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작용을 연구한다.
- 기초약리학(基礎藥理學): 실험동물 등을 이용하여 약물의 기초 작용을 연구한다.
이 외에도 생체 기관별로 순환기, 호흡기, 중추신경계, 자율신경, 소화기, 내분비 약리학이 있으며, 정신약리학, 분자약리학, 면역약리학, 화학요법제 약리학, 약물유전학, 약물유전체학, 약물역학 등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약물 안전성과 신약 개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약물의 제조, 판매, 투약을 규제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에서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가, 유럽연합에서는 EMA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FDA는 약물이 질병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 동물시험과 대조된 인체시험을 통해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신약을 승인한다.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 발굴에서 시장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잠재적 약물 수천 개 중 극히 일부만이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다.
치료지수와 임상 의약품의 분류
약물은 치료 효과와 독성 용량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 또는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로 특징지어진다. 치료지수가 좁은 약물은 유효 용량과 독성 용량이 근접하여 복용량 조절이 까다로우며 임상약물감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항응고제 와파린, 항경련제,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와 대부분의 항암제가 있다.
의약품은 처방 여부와 유통 경로에 따라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처방약)으로 구분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제3의 범주도 존재한다. 특허가 소멸된 약물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생산·유통된다.
학문적 발전사
약리학이 독립된 과학으로 체계화된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의 일이지만, 인류는 역사 초기부터 식물 등의 천연물을 경험적으로 약으로 사용해 왔다. 로마 시대의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약물에 대하여(De materia medica)』를 편찬하였고, 갈렌(Galen)이 생약 혼합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파라셀수스(Paracelsus)가 약물과 독물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17세기에는 생약에 대한 동물 실험이 진행되어 실험 약리학의 기초가 마련되었고, 19세기에는 화학과 생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생약의 유효 성분 분리가 이루어졌다.
독일의 부흐하임(Buchheim)은 약리학을 하나의 독립 학문으로 확립하였고, 슈미데베르크(Schmiedeberg)는 많은 약리학자를 양성하여 학문 발전에 기여하였다. 20세기 초 에를리히(Ehrlich)는 화학요법을 시도하고 약물 작용부위인 수용체(receptor)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후 플레밍(Fleming), 뢰비(Loewi), 데일(Dale), 밴팅(Banting), 왁스먼(Waksman) 등 다수의 연구자들이 현대 약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에서의 약리학
한국에서는 1610년 허준이 약용 식물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이 대표적인 약물 관련 문헌으로 꼽힌다. 약리학 강좌는 제중원의학교(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창설자이자 약리학 교수인 어드비슨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고, 1926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정규 약리학 교실이 창설되었다. 대한약리학회는 1947년 조선약리학회로 출발하여 1949년 대한약리학회로 개칭되었으며, 학회기관지 『The Korean Journal of Physiology & Pharmacology』를 발간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주요 의과대학, 약학대학, 수의과대학 등에 약리학 교실이 개설되어 있다.
교육적 위치
약리학은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 과정의 일부로 교육되며, 대개 본과 2학년 시기에 학습된다. 또한 약학대학, 수의과대학, 치과대학에서도 필수 교과목으로 다루어진다. 약리학은 기초의학의 한 분야이지만, 최종 목적이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에 약물을 합리적으로 응용하는 데 있으므로 임상의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