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은 프랑스어로 "옛 체제" 또는 "옛 제도"라는 뜻의 역사 용어이다. 한국어로는 '구체제' 또는 '구제도'로 번역되며, 주로 1789년 프랑스 혁명 이전의 프랑스 정치·사회 체제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앙시앵(ancien)은 '오래된, 옛'이라는 의미이고, 레짐(régime)은 '체제, 정권'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단어이다.
이 용어는 프랑스 혁명 이후 새롭게 수립된 체제를 '누보 레짐(Nouveau Régime)' 또는 '신체제'라고 부른 것에 대응하여, 혁명 이전의 체제를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혁명 이후의 정치·사회적 변동과 개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기존 제도의 낡고 모순된 측면을 나타내는 의미를 내포한다.
앙시앵 레짐 하에서 프랑스는 왕권 신수설에 기반한 절대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왕이 거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였으며, 루이 14세 시기에 절대주의적 통치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는 세 개의 신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제1신분인 성직자와 제2신분인 귀족은 전체 인구의 약 2%에 불과했지만, 토지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세금 면제 등의 각종 특권을 누렸다. 반면 인구의 약 98%를 차지하는 제3신분(평민)은 높은 세금 부담과 각종 의무를 감당해야 했다.
농민들은 법적으로는 농노 신분에서 벗어나 자영농민화되고 있었으나, 영주권(領住權)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현물 지대 외에도 여러 가지 의무를 강요받았다. 영주는 농민에게 수차(水車)나 빵 굽는 가마 등의 사용을 반강제로 요구하며 사용료를 징수하기도 했고, 도로세·교량세·운반 부역 등이 추가로 부과되었다. 또한 교회에 대해 십일조(10분의 1세)를 지불해야 했다.
이와 같은 신분 제도의 모순과 불평등한 세금 제도, 절대 왕정의 정치적 억압 등은 시민 계급의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궁극적으로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 되었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습격 사건은 앙시앵 레짐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현대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의 역사적 의미를 넘어, 낡고 무능력한 기존 제도나 이전 정권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소련 해체 이후의 러시아를 다룰 때 소련 체제를 '앙시앵 레짐' 또는 '구체제'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번역어인 '구체제'라는 표현이 더 흔하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