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진인(중국어 간체자: 阿尔巴津人, 병음: Ā'ěr bā jīn rén, 러시아어: албазинцы)은 중국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후손 민족 집단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이들은 중국의 미식별 민족으로 분류되며, 중국인과 러시아인의 혼혈 후손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기원과 역사적 배경
알바진인의 기원은 17세기 러시아 차르국과 청나라 사이의 국경 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바진(Albazin)은 1651년 예로페이 하바로프(Yerofey Khabarov)에 의해 아무르강 유역에 건설된 러시아 요새의 이름으로, 이 요새를 둘러싸고 1685년부터 1686년까지 청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알바진 공성전이 벌어졌다. 이 전투의 결과 알바진 요새는 청에 항복하였고, 러시아는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체결을 통해 아무르강 지역을 포기하는 대신 베이징에서의 무역 특권을 획득하였다.
요새가 함락된 이후, 알바진에 주둔하던 러시아 코사크 약 50명이 청나라에 투항하여 베이징으로 이주하였다. 이들은 강희제에 의해 1685년 베이징 동북부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일부 코사크는 네르친스크로 귀환을 선택했으나, 당시 만주 지역에 남아 있던 아내나 첩 때문에 청 영토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이들이 알바진인의 핵심 구성원이 되었다.
청나라에서의 역할과 지위
베이징에 도착한 알바진인들은 청 황실 근위대의 별도 부대로 편성되었다. 이들은 팔기군(八旗軍)의 정황기(正黃旗) 산하 제17기좌(旗佐)에 소속되었으며, '황대기' 부대라고도 불렸다. 이 부대는 전투 부대라기보다는 궁중의 가사 업무나 활 제작 등의 비전투 업무를 담당하는 포의(包衣) 부대로 분류되었다. 이들의 초대 지휘관은 타타르 출신의 아나니 우루슬라노프(Ananiy Uruslanov) 또는 울랑게리(Ulangeri)였다.
이들은 만주족, 몽골족 여성 및 베이징 감옥의 범죄자 출신 여성들과 혼인을 허용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점차 중국 문화에 동화되었다. 러시아인 성씨 야코블레프, 두비닌, 로마노프 등은 각각 중국식 성씨 야오(姚), 두(杜), 뤄(羅)로 변형되었다.
종교적 특징
알바진인은 러시아 정교회 신앙을 유지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들이 베이징으로 이주할 당시 알바진에서 가져온 성 니콜라이 성화를 중심으로, 폐허가 된 라마교 사찰을 개조하여 성 니콜라이 교회를 세웠다. 1713년부터 러시아 정교회는 정기적으로 베이징에 선교사를 파견하였으며, 알바진인들은 이후 중국 정교회의 핵심 구성원이 되었다. 1727년 캬흐타 조약에 따라 베이징에 러시아 정교회의 상주 교회와 사제단이 공식적으로 허가되었다.
현황
알바진인의 인구 수에 대해서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국어 위키백과는 약 500명으로, 영어 위키백과는 약 25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알바진인은 주로 베이징과 하얼빈에 거주하며, 소수는 후룬베이얼, 상하이, 톈진, 우한, 진저우, 바이청, 창춘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알바진인은 중국인과의 혼혈 및 동화가 진행되어, 현재 이들의 언어는 러시아어가 아닌 중국어이며, 외모나 문화 측면에서도 러시아인보다는 중국인에 가깝다고 보고된다. 다만 중국 정교회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민족적 정체성을 구분 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9세기 말에는 알바진인의 수가 약 1,000명으로 추정되었으며, 1900년 의화단 운동 당시 중국 정교회 신자 222명이 순교한 것으로 러시아 정교회 측은 기록하고 있다.
알바진인은 현재 중국의 공식 56개 민족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미식별 민족으로 분류된다.
어원
'알바진인'이라는 명칭은 러시아의 아무르강 유역 요새였던 '알바진'(Albazin)에서 유래한 것으로, 문자 그대로 '알바진 출신의 사람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