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 카렐(Alexis Carrel, 1873년 6월 28일 ~ 1944년 11월 5일)은 프랑스 출신의 외과 의사이자 생물학자이다. 프랑스 리옹 근교의 생트푸아레리옹에서 태어나 리옹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900년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카렐은 혈관 봉합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였다. 1894년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가 혈관 손상으로 사망한 사건에 영향을 받아 혈관 봉합 연구에 몰두하였으며, 세 개의 고정 봉합사를 사용하여 혈관을 삼각형 형태로 만든 뒤 정밀하게 봉합하는 '삼각 봉합법(triangulation suture method)'을 고안하였다. 이 방법은 혈관 내막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혈전 생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1902년 이 기법에 관한 첫 논문을 발표하였으나 프랑스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자,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하였고, 1906년 뉴욕의 록펠러 의학연구소(Rockefeller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에 합류하였다.
카렐은 혈관 봉합 기술을 바탕으로 동물 실험에서 신장, 심장, 갑상선 등의 장기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러한 업적으로 191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는 당시 북미 대륙에서 수행된 연구로는 최초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는 프랑스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화학자 헨리 드라이스데일 데이킨(Henry Drysdale Dakin)과 함께 '카렐-데이킨법(Carrel-Dakin method)'을 개발하여 감염된 상처를 소독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 방법은 항생제가 보편화되기 이전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1930년대에는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와 협력하여 체외 장기 관류 펌프(perfusion pump)를 개발하였다. 이 장치는 장기를 체외에서도 생존 가능하게 유지하는 장치로, 인공 심장 및 개심술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1935년에는 이 장치를 사용하여 고양이의 갑상선을 체외에서 수 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카렐과 린드버그는 1938년 《장기 배양(The Culture of Organs)》이라는 공저서를 출간하였다.
카렐은 또한 조직 배양(tissue culture) 분야의 선구자였다. 1912년 닭 배아의 심장 조직을 배양하여 수년간 생존시키는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이 실험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후의 연구에서 해당 실험 결과에 대한 재현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카렐은 1935년 저서 《인간, 그 미지의 존재(Man, the Unknown)》를 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생학(eugenics)을 옹호하고 지적 엘리트에 의한 사회 통제를 주장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된 이후, 카렐은 비시 프랑스(Vichy France) 정권 아래 설립된 '인간 문제 연구 재단(French Foundation for the Study of Human Problems)'의 총책임자를 맡았다. 이 재단은 인구 통계, 영양, 직업 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였으나, 우생학 정책과 연계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1944년 파리 해방 이후 카렐은 비시 정권과의 협력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으나, 같은 해 11월 5일 파리에서 심부전으로 사망하였다. 그의 사망으로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카렐의 과학적 업적은 현대 혈관 외과학, 장기 이식 의학, 조직 배양 기술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이름을 딴 '카렐 패치(Carrel patch)' 기법은 장기 이식 수술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한편 그의 우생학적 사상과 비시 정권과의 협력 행적은 역사적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으며, 1996년 프랑스 리옹의 '알렉시 카렐 의학부' 명칭이 변경되었고,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그의 이름이 붙은 거리 명칭이 철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