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년 3월 8일 ~ )는 독일의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5년 독일 도나우에싱겐에서 태어났으며, 전후 독일이 배출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현대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키퍼는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과 로망스어를 전공하다가 미술로 전향하여, 프라이부르크, 카를스루에, 뒤셀도르프의 미술 대학에서 공부했다. 1970년대에는 뒤셀도르프 예술원에서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의 지도를 받았으며,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와 함께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 사조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의 작품 세계는 독일의 어두운 과거사, 특히 나치 통치와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키퍼는 짚, 재, 점토, 납, 도료, 유리, 나무 등 다양한 비전통적 재료를 사용하여 대형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제작했다. 이러한 재료의 사용은 그의 작품이 지닌 일시성과 덧없음을 상징하며, 보이스의 예술적 실천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파울 첼란(Paul Celan)의 시 「죽음의 푸가」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 「마르가레테」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에는 독일 신화, 카발라(Kabbalah), 오컬트, 상징주의, 신학, 신비주의 등 다양한 주제가 반영되어 있다. 198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그의 작품이 공개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관람객들은 나치 모티프의 사용이 아이러니한 의도인지 파시스트적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에 직면했다.
1990년 볼프 상(Wolf Prize), 1999년 다카마쓰노미야 전하기념 세계문화상(Praemium Imperiale), 2008년 독일출판인협회 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92년부터는 프랑스 바르자크에 35헥타르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를 조성하여 작업 공간을 총체적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켰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