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상자(영어: cloud chamber) 또는 윌슨 안개 상자(Wilson cloud chamber)는 이온화 방사선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입자 검출기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안개 상자는 과냉각·과포화된 물 또는 알코올 증기가 담긴 밀봉된 상자로 구성된다.
알파 입자나 베타 입자가 상자를 통과할 때, 상자 안의 혼합물과 반응하여 이온화된다. 이때 생성된 이온들이 응결핵이 되어 주변의 증기가 응축되면서 안개 형태의 흔적을 형성한다. 에너지가 높은 알파·베타 입자들은 이동 경로를 따라 많은 이온들을 생성하므로, 그 경로를 따라 자취가 나타난다. 이 흔적은 입자의 종류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알파 입자의 자취는 굵고 곧은 편이며, 베타 입자(전자)의 자취는 가늘고 충돌에 의해 방향이 자주 바뀌는 형태를 보인다. 안개 상자가 균일한 자기장 안에 놓이면, 전하를 띤 입자들은 로렌츠 힘에 의해 전하의 부호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안개 상자는 스코틀랜드계 물리학자 찰스 톰슨 리스 윌슨(Charles Thomson Rees Wilson, 1869~1959)이 발명하였다. 1894년 벤네비스(Ben Nevis) 산 정상에서 연구하던 중 브로켄 현상(Brocken spectre)을 목격한 데 자극을 받아, 습한 대기에서 구름 형성과 광학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팽창 상자들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상자 안에서 이온들이 물방울 형성의 중심(응결핵)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고, 1911년 첫 번째 안개 상자를 완성하였다. 윌슨의 초기 안개 상자에서는 밀봉된 장치 안의 공기가 수증기로 포화된 상태에서 막을 이용해 급격히 팽창시켜(단열 팽창) 공기와 수증기를 냉각시킴으로써 응축이 일어나게 하였다. 안개 상자에 대한 공로로 윌슨은 아서 콤프턴과 함께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안개 상자는 크게 팽창형과 확산형으로 나뉜다. 팽창형은 피스톤이나 막을 이용해 기체를 급격히 팽창시켜 과포화 상태를 만드는 방식이며, 확산형은 상자 내부에 온도 구배를 형성하여 지속적으로 과포화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안개 상자는 원자 물리학, 입자 물리학, 우주선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으며, 현대에는 교육용 실험 장치나 과학관 전시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