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은 집단적 사고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토론이나 논의 과정에서 일부러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 표현은 라틴어 'Advocatus Diaboli'에서 유래하였으며,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인 추대 제도에서 비롯되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시성(諡聖, canonization) 절차를 진행할 때, 성인 후보자의 생애와 업적, 기적 등을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공식 직책을 두었다. 그중 하나는 후보자의 미덕과 업적을 옹호하는 '하느님의 변호인(Advocatus Dei)'이었고, 다른 하나는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에서 반대 증거와 의문점을 제기하는 '악마의 변호인(Advocatus Diaboli)'이었다. 이 제도는 후보자에 대한 엄격하고 공정한 검증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폐지되었으며, 이후 시성 절차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이 용어는 종교적 맥락을 넘어 일반적인 토론, 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널리 사용된다. 조직이나 집단이 특정 결정에 지나치게 동조하거나 집단적 사고(groupthink)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거나 기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할 때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한다'고 표현한다. 이는 반드시 그 사람이 해당 의견을 실제로 믿거나 지지해서가 아니라, 논의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기 위한 방법론적 역할로 이해된다.
한국어에서는 '악마의 변호인', '악마의 대변인', '악마의 옹호자' 등으로 혼용되어 번역된다. 이 표현은 부정적인 어감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이성적 토론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개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