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문 동굴(Devil's Gate Cave)은 러시아 연해주(프리모르스키 지방) 달네고르스크 인근 시호테알린 산맥에 위치한 카르스트 동굴이다. 러시아어 명칭은 '체르토비 보로타(Пещера Чертовы Ворота)'이며, 영어권에서는 'Devil's Gate Cave'로 알려져 있다. 영문 명칭을 한국어로 번역한 '악마의 문'이라는 표현이 국내에 도입되어 '악마문 동굴'로도 불린다.
위치 및 지형
동굴은 해발 660m의 석회암 절벽에 위치하며, 크리바야 강(루드나야 강의 지류) 계곡 위 약 35m 높이에 입구가 나 있다. 동굴의 총길이는 132m이며, 입구에서 들어서면 길이 약 45m, 폭 5~10m, 천장 높이 최대 16m의 주 격실이 있고 그 뒤로 여러 개의 작은 통로가 이어진다.
고고학적 발굴
이 동굴은 오래전부터 도굴꾼들의 출입이 있었으나, 1973년 소련 연구진(주도: Z. V. 안드레예바, V. A. 타타르니코프)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발굴 결과 약 600점의 석기·뼈도구·조개 유물, 700점의 도자기 파편, 700점 이상의 동물 뼈가 수습되었다. 또한 연한 갈색빛의 비취로 제작된 직경 5.2cm, 두께 0.6cm의 원반형 장신구 1점도 발견되었다. 동굴 내부에서는 불에 타 붕괴된 목조 구조물이 확인되었으며, 그 아래에서 탄화된 밧줄, 그물, 식물 섬유 직물이 발굴되었다.
고대 직물
동굴에서 발견된 탄화된 직물 조각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약 9,400~8,400 BP(약 7,400~6,400 BCE)로 측정되어, 동아시아 고고학 기록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직물 증거로 평가된다. 섬유는 사초과(Cyperaceae)의 Carex sordida 종에서 채취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락바퀴(spindle whorl)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당시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꼬거나 날실고정 베틀(warp-weighted loom)을 사용하여 직물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골 및 고유전학
동굴에서는 7구의 인골이 발굴되었다. 이들은 성인 남성 1명, 성인 여성 4명, 6~7세 여자아이, 그리고 성별 분석이 불가능한 12~13세 아동으로 확인되었다. 이 유골들은 고대 동북아시아인(Ancient Northeast Asians, ANA) 유전자 풀을 최초로 식별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2016년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 연구소 및 영국, 러시아, 독일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이들 중 6명의 게놈을 분석하였다. 그중 DevilsGate1과 DevilsGate2로 명명된 두 개체의 두개골에서 고품질 게놈이 추출되었다. 분석 결과:
- 모계 하플로그룹(mtDNA): 여성 유골들은 하플로그룹 D4 및 D4m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부계 하플로그룹(Y-DNA): 유일한 남성 유골(DevilsGate1/NEO239)은 하플로그룹 C2b-L1373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중앙아시아·시베리아·아메리카 원주민 집단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형이다.
- 표현형 특성: DevilsGate1은 갈색 눈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삽 모양 앞니(EDAR 유전자), 마른 귀지 및 체취 감소(ABCC11 유전자) 관련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유당 불내성이었으며, 고혈압 위험 증가와 관련된 ADD1 유전자 변이도 보유하고 있었다.
유전적 연관성
악마문 동굴인의 유전체는 현대의 울치족(Ulchi)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오르촌족(Oroqen), 허전족(Hezhen), 응가나산인(Nganasan), 한국인, 일본인과도 유사성을 보였다. 이는 약 7,700년 전의 신석기 수렵채집인과 현대 동아시아 일부 집단 사이에 높은 유전적 연속성(genetic continuity)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생활상
동굴 거주민들은 완전한 수렵채집 생활을 영위했으며, 농업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동위원소 분석 결과 식단 단백질의 약 75%는 육상 포유류에서, 약 25%는 수산물(주로 연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어가 산란을 위해 상류로 올라올 때 그물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포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굴에서 발굴된 동물 뼈로는 너구리, 반달가슴곰, 반달곰, 멧돼지, 오소리, 붉은사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연대
동굴은 약 9,4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여 약 7,200년 전을 전후하여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적은 루드닌스카야(Rudninskaya) 고고학 문화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