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히루 문자(阿比留文字, あひるもじ)는 일본의 신대문자(神代文字) 중 하나로, 한글을 기본으로 일본어의 음운 체계에 맞추어 개량한 문자 체계이다. 대마도(對馬島)의 우라베 아비루(占部阿比留) 가문에서 전해졌다고 하여 '아비루 문자' 또는 '아히루 문자'로 불린다.
기원과 성격
아히루 문자는 한자가 전래되기 이전의 고대 일본에 존재했다고 주장된 여러 문자 체계를 통칭하는 '신대문자'의 일종이다. 그러나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아히루 문자는 다른 신대문자들과 마찬가지로 후세에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에도 시대의 국학자들이 한자 전래 이전에 일본에 존재하던 문자를 찾는 데 열중하면서, 이러한 문자 체계를 창조하여 고대 문자라고 속여 발표하는 일이 잦았다.
일본어학자 야마다 요시오(山田孝雄)는 아히루 문자가 한글을 기본으로 일본어의 음성에 맞추어 개량을 더한 문자라고 주장하였다. 문자 구조상 한글과 달리 받침이 없고 자음+모음 구조로 되어 있어 일본어의 오십음도(五十音圖)를 표기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명칭의 유래
아히루 문자는 원래 '고려(조선) 사람의 글'을 뜻하는 '코마히토노후미'(肥人書) 또는 '고려(조선) 사람의 손으로 쓴 글'을 뜻하는 '코마히토노테'(肥人手)라고 불렸다. 이는 본래 신대문자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마도에서 한글을 배운 사람들이 일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빌려온 시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역사적 배경
아히루 문자가 등장한 시기는 에도 시대 이후이며, 발견된 지역이 조선통신사의 여로(旅路)와 겹친다. 신대문자가 언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6세기 이후인 에도 시대로, 국수주의 학문인 국학(國學)이 대두하면서 등장하였다. 그 이전의 일본 고대 문헌이나 다른 자료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신대문자를 근거로 세종대왕이 이 문자를 베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훈민정음 해례본 연구를 통해 이러한 주장은 부정되었다. 현대에는 에도 시대에 훈민정음을 접한 신토 계열의 인사들이 문자를 새긴 다음, 신화 시대부터 내려오는 문자가 새겨진 유물이 있다고 속여 신사의 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날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문자 체계의 특징
아히루 문자는 한글 모음 중 ㅏ, ㅣ, ㅜ, ㅓ, ㅗ를 사용하며, 이 중 ㅏ, ㅣ, ㅜ, ㅗ는 일본어의 あ, い, う, お단에 해당하고, ㅓ는 한글과 달리 え단에 해당한다. 자음의 경우 あ행은 특정 기호, か행은 ㄱ, さ행은 ㅅ, た행은 ㄷ, な행은 ㄴ, は행은 ㅎ과 유사한 형태, ま행은 ㅁ, や행은 I, ら행은 좌우가 뒤집힌 ㄷ 또는 ㄹ의 하단부를 제거한 자모, わ행은 ㅇ으로 표기한다. 탁음은 표시하지 않는다.
학계의 평가
아히루 문자가 고대 일본의 문자였다면 고대 일본어의 음운적 특징을 반영했어야 하나, 이 문자는 16세기 이후 근세 일본어의 음운 구조와 일치하며 고대 일본어에만 있던 음운을 표기하는 글자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훈민정음의 초기 형태를 반영하지 않고, 후대에 변형된 형태의 모음 부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훈민정음의 전신이라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아히루 문자는 유니코드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유니코드 공식 홈페이지의 'Not the Roadmap'란에서 신대문자를 "연구는 되었지만 인코딩에 적절치 않기 때문에 거부된 문자(혹은 가공 문자)"로 분류하고 있다.
참고 문헌
- 한국어 위키백과, "아히루 문자"
- 한국어 위키백과, "신대문자"
- 나무위키, "아비루 문자"
- 영어 위키백과, "Jindai mo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