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The Island)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아톨 후가드(Athol Fugard)와 흑인 배우 존 가니(John Kani), 윈스톤 앵쵸나(Winston Ntshona)의 합작으로 1972년에 창작된 연극이다.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분리정책)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3년 케이프타운에서 극단 단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단 한 차례 공연된 후, 곧바로 영국으로 진출하여 호평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는 극단 '실험극장'이 구희서 역, 윤호진 연출로 1977년 11월 25일부터 1978년 2월까지 장기 공연한 바 있다.
내용 및 해설
제목 '아일랜드'(The Island)는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다 체포된 죄수들만이 갇혀 있는 남태평양의 로빈섬(Robben Island)을 가리킨다. 무대는 이 섬의 한 감방으로, 두 명의 죄수 윈스톤(종신형)과 존(10년형)이 극한 상황 속에서 겪는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들은 신념과 이상 때문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으나, 판사는 이를 어린애 장난으로 치부하며 무기형과 10년형을 선고한다. 감방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 법의 모순, 권력의 비리에 대해 고민하던 두 사람은 유일한 변론의 기회로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의 재판극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 존이 3년으로 감형되어 석방이 임박하자, 존은 기뻐하지만 종신형인 윈스톤은 더욱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불굴의 신념을 되찾고 안티고네 재판을 연출하여 당국을 통렬히 비판한 뒤 다시 수갑을 찬다.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인 안티고네 재판은 인위법(人爲法)이 신법(神法) 위에 놓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인위법이 자연법 위에 놓이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짓밟힌다는 것이다. 이는 법과 양심, 정치와 도덕성의 갈등으로서 인류사를 관통하는 보편적 문제를 제기한다. 《아일랜드》는 흑백 인종문제를 넘어 인간 대 정치권력의 차원으로 확대되며, 두 죄수의 인간적 삶에 대한 동경과 좌절, 고통과 슬픔을 서정적으로 그려내 예술성과 문제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