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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아연(영어: Zinc, 한자: 亞鉛)은 화학 원소로 원소 기호는 Zn, 원자 번호는 30이다. 주기율표 12족(IIB)의 첫 번째 원소이며, 전이후 금속으로 분류된다. 실온에서 청색을 띤 옅은 회색의 고체 상태를 유지하며, 산화막이 제거되었을 때는 반짝이는 금속성 광택을 나타낸다. 녹는점은 692.68K(약 419.53°C)이고 끓는점은 1180K(약 907°C)이며, 밀도는 7.14g/cm³이다.

역사 및 어원. 아연은 구리와의 합금인 황동 형태로 기원전 3천년기부터 에게해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일대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순수한 아연 금속의 생산은 12세기경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증류법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순수 아연 증거는 9세기 초 인도 자와르(Zawar) 광산에서 발견되었다. 원소명 'Zinc'는 연금술사 파라셀수스(Paracelsus)가 독일어 'Zinke'(갈래, 이빨)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1746년 독일 화학자 안드레아스 지기스문트 마르그라프(Andreas Sigismund Marggraf)가 순수 아연 금속을 분리해 냈으며, 이후 1800년경 루이지 갈바니와 알레산드로 볼타의 연구를 통해 아연의 전기화학적 특성이 밝혀졌다. 한자어 '아연(亞鉛)'은 일본어 '亜鉛'에서 유래하였으며, '납(鉛)에 버금가는 금속'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화학적 · 물리적 성질. 아연의 가장 일반적인 산화 상태는 +2이며, 양쪽성 산화물을 형성한다. 전기 음성도는 폴링 척도 기준 1.65이고, 전자 배열은 [Ar] 3d¹⁰ 4s²이다. 결정 구조는 조밀 육방 격자(hcp)를 갖는다. 100°C에서 210°C 사이의 온도에서는 전성과 연성이 크게 증가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면 부서지기 쉬운 성질을 보인다. 비자성체이며 모스 굳기는 2.5이다.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흰색 불꽃을 내며 연소하여 녹색의 산화아연(ZnO)이 된다. 습한 공기에서는 표면에 보호성 산화막이 형성되어 내부의 부식을 방지한다.

지각 내 분포 및 제련. 아연은 지각 중 약 0.007%를 차지하여 24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며, 5개의 안정 동위원소(⁶⁴Zn, ⁶⁶Zn, ⁶⁷Zn, ⁶⁸Zn, ⁷⁰Zn)를 가진다. 주요 광석으로는 섬아연석(ZnS, 황화아연), 능아연광(ZnCO₃, 탄산아연) 등이 있다. 제련 과정은 부유선광을 통해 아연 함량을 약 60%까지 높인 후, 건식증류법이나 습식제련법(전기채취)을 통해 고순도 아연을 생산한다. 주요 생산국은 호주, 중국, 미국 등이다.

용도. 아연의 가장 대표적인 용도는 철강 제품의 부식 방지를 위한 아연도금(용융 아연도금, galvanizing)이다. 이외에도 황동(구리-아연 합금)을 비롯한 합금 재료, 다이캐스팅 주조, 건전지의 음극 재료, 1982년 이후 미국 1센트 주화의 주요 구성 금속 등으로 사용된다. 화합물로서 산화아연은 페인트, 고무, 선크림 등에, 염화아연은 탈취제에, 아연 피리티온은 비듬 방지 샴푸에, 황화아연은 발광 페인트에 각각 사용된다. 유기 합성에서는 디메틸아연, 디에틸아연이 시약으로 활용된다.

생물학적 역할. 아연은 철 다음으로 인체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미량 금속이며, 모든 효소 종류에 나타나는 유일한 금속이다. 세포 성장, 단백질 합성, DNA 합성, 면역 기능, 상처 치유 등에 관여하며, 특히 알코올 탈수소효소, 탄산탈수효소 등 다양한 효소의 보조 인자(cofactor)로 작용한다. 아연 결핍 시 성장 지연, 성적 성숙 지연, 감염 취약성 증가,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개발도상국 약 20억 명이 아연 결핍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반면 과잉 섭취는 운동실조, 무기력, 구리 결핍 등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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