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노 사기리(アメノサギリ)는 일본 신화의 신으로, 『고사기(古事記)』에 "天之狭霧神(아메노사기리노카미)"로 기록된 신이다. 이와 대(對)를 이루는 국지사기리(国之狭霧神)와 함께 안개(霧)를 이름에 지닌 신으로 알려져 있다.
계보와 등장
『고사기』의 신생(神生み) 단락에서, 태초의 신 이자나기(伊邪那岐)와 이자나미(伊邪那美)에 의해 산의 신 오오야마즈미(大山津見神)와 들판의 신 카야노히메(野椎神)가 태어났고, 이 두 신이 산과 들판을 분담하여 여덟 기의 신을 낳았다. 아메노사기리는 이 여덟 기의 신 중 세 번째에 해당하며, 국지사기리와 한 쌍을 이룬다. 또한 오오쿠니누시(大国主神)의 계보에서도 아메노사기리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도오츠마치네(遠津待根神)의 부모 신으로 언급된다.
신명(神名)의 의미
"사기리(狭霧)"는 문자 그대로 안개를 뜻하는 고어(古語)로 해석된다. 다만 "좁을 협(狭)"자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여러 설이 제시되어 있다. 신성함을 나타내는 접두사로 보아 "신성한 안개"의 신이라는 설, "사(狹)"를 "이른/처음"을 뜻하는 "사(早)"로 보아 산꼭대기에 처음으로 발생한 안개라는 설, "사"를 언덕을 뜻하는 말로 보아 산과 들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 자주 끼는 안개를 나타낸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천(天)과 국(國)의 대조
아메노사기리의 "천(天)"은 대가 되는 국지사기리의 "국(國)"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한데, 단순히 신명을 짝지어 구성하기 위한 접두사라는 설, 구체적인 장소(산·들판)를 상징한다는 설, 하늘과 땅의 연속성을 보증하는 역할이라는 설 등이 있다. 국학원대학(國學院大學) 고전문화학사업의 신명 데이터베이스는 이 점에 대해 복수의 학설을 병기하고 있다.
안개와 경계
아메노사기리를 포함한 여덟 신의 명칭은 서로 연관되는 일련의 과정을 나타낸다고 보는 해석이 있다. 즉, 흙(狭土)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狭霧), 안개로 인해 어두워지며(闇戸), 어두워져서 방황한다(大戸惑)는 식의 연결로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산과 들의 경계신적 성격과 관련하여, 경계에 얽힌 대지의 신격화 이미지를 지닌다는 견해도 있다.
현대 문화 속의 수용
아메노사기리는 일본의 게임 시리즈 《페르소나 4》(Persona 4)에서 최종 보스 중 하나로 등장하여 현대 대중문화에도 널리 알려졌다. 게임에서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욕망을 주관하고 안개로 세상을 뒤덮는 존재로 묘사된다. 다만 이는 창작물에서의 재해석으로, 원전 신화에서의 서술과는 별개의 내용이다.
참고 사항
아메노사기리를 특정 신사에서 제신(祭神)으로 명시하여 모시는 대표적인 예는 공인된 연구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고사기』 본문에는 이 신이 어떤 특정한 기복(祈福)이나 영험을 지닌다는 직접적인 서술은 없다. 산의 안전이나 풍요를 관장한다는 것은 신명(안개)에서 연상된 후대적 해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