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음악은 아랍어를 주로 사용하는 아랍 세계의 전통음악 및 현대 음악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넓은 의미로는 이슬람 음악과 같은 범주로 이해되기도 하며, 좁은 의미로는 터키·페르시아 등의 음악과 구별하여 아라비아 반도와 그 주변의 이라크·시리아·요르단·레바논·팔레스타인·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의 음악을 지칭한다. 아랍 음악은 기독교 문명권의 서양 음악, 불교 문명권의 동양 음악과 함께 세계 3대 음악권의 하나로 간주된다.
역사
아랍 음악의 역사는 이슬람 이전 시대(자힐리야 시대)와 이슬람 이후 시대로 구분된다. 이슬람 이전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유목 생활 속에서 원시적인 노동요와 제전 음악이 발생하였으며, 예멘을 중심으로 한 선진 문명과 메소포타미아·페르시아·이집트 등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시인들은 높은 음조로 시를 낭송하였고, 여성 가수(카이나, qaina)가 북·류트·라바브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주요 노래 형식으로는 후다(huda), 나슈브(nasb), 라사(rasa) 등이 있었다.
622년 이슬람교 창립 이후, 이슬람교에서는 음악을 금제의 하나로 삼았으나 세속 음악은 궁정과 귀족의 보호 아래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우마이야 왕조(661-750) 시기에는 수도를 다마스쿠스로 옮기면서 페르시아·비잔틴 문화와의 교섭이 활발해졌고, 그리스의 과학과 예술이 아랍어로 번역되면서 과학적인 음악 이론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부터 아랍 음악은 다른 동양 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압바스 왕조(750-1258) 시대는 아랍 음악의 전성기로, 수도 바그다드는 당시 세계 4대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번영하였다. 하룬 알-라시드 치세(786-809) 아래 음악 학교가 설립되었고, 많은 이론가와 음악가가 배출되었다. 잘잘(Zal Zal)은 새로운 아랍 음계를 발견하였고, 이스하크 알-마우실리(Ishaq al-Mawsili)는 방대한 음악 백과사전인 《노래의 서》(Kitab al-Aghani)를 저술하였다. 알-킨디(al-Kindi, 873년경)는 현존하는 최고의 아랍 음악서 중 하나인 《음악의 서》를 저술하였으며, 알-파라비(al-Farabi, 872-950)는 《음악의 대서》(Kitab al-Musiqa al-Kabir)를 저술하여 아랍 음계 이론을 체계화하였다.
한편 서쪽의 안달루스(이슬람 스페인)에서는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음악 전통이 발전하였다. 지르야브(Ziryab)는 우드(oud)에 다섯 번째 현을 추가하는 혁신을 이루었고, 안달루스 음악 전통이 형성되었다.
음계와 마캄(maqam) 체계
아랍 음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마캄(maqam) 체계이다. 마캄은 단순한 음계 개념을 넘어 일정한 선율형·음정 구조·마침음의 위치 등이 규정된 복합적인 선법(旋法) 체계이다. 아랍 음악에서는 서양 음악의 반음(半音)보다 작은 3/4음정(약 150센트)이 사용되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 낸다. 9세기에는 8개의 선법이 존재하였으나, 13세기에는 30종 이상의 선법이 사용되었고 대부분이 3/4음정을 포함한다. 현대의 마캄 체계는 중세의 그것보다 복잡해졌으나 구조 면에서는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리듬
아랍 음악의 리듬은 이론상 불가분의 기본 시간 단위를 설정하고, 그 단위의 정해진 수로 이루어진 주기(cycle) 안에 센박·여린박·쉼을 배치하여 식별한다. 리듬형의 수는 9세기 8개에서 16세기에는 20개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대표적인 리듬으로는 알-타킬 알-아우알, 알-타킬 알-타니 등이 있다.
악기
아랍 음악의 대표적인 악기는 다음과 같다.
- 우드('ud) : 아랍을 대표하는 발현악기로, 보통 5현 구조이며 새의 날개깃으로 퉁겨 연주한다. 페르시아에 기원을 두며 유럽 류트(lute)의 어원이 되었다.
- 라바브(rabab) : 아랍의 찰현악기로, 페르시아와 터키를 거쳐 인도네시아·타이·중국(호궁) 등으로 전파되었다.
- 카눈(qanun) : 치터족 발현악기로, 78개의 현을 골무로 연주하며 미세 음정 조절이 가능하다.
- 나이(nay/ney) : 아랍의 갈대 피리.
- 다라부카(darabuka) : 꽃병 형태의 단피고(單皮鼓).
- 나카라(naqqara) : 음높이가 다른 두 개의 솥형 북으로, 팀파니의 기원이 되었다.
- 다프(daff/deff) : 탬버린 형태의 악기.
현대 아랍 음악
20세기 초 이집트를 중심으로 아랍 음악의 근대화가 시작되었다. 음악가들은 서양 악기와 화성을 도입하면서도 아랍 전통 선법을 유지하는 새로운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이집트의 움 쿨숨(Umm Kulthum)과 압델 할림 하페즈(Abdel Halim Hafez), 레바논의 페이루즈(Fairuz), 작곡가 모하메드 압델 와하브(Mohammed Abdel Wahab)와 발리그 함디(Baligh Hamdi) 등이 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서양 스타일에 아랍 악기와 가사를 결합한 아랍 팝(Arabic pop)이 등장하였다. 또한 레바논계 미국인 기타리스트 딕 데일(Dick Dale)은 아랍 음악의 선법을 서핑 록에 적용하여 장르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기악 형식으로는 무소절의 즉흥곡인 타크심(taqsim)과 일정한 소절 형식을 가진 바쉬라프(bashraf)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