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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신용(信用)은 채권·채무 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가리키는 경제 용어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사람을 신뢰하거나 신임한다는 뜻으로 사회생활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바탕이 되지만, 경제용어로서의 신용은 주관적·심리적 의미보다 객관적인 인간관계와 사회관계를 의미하며, 단적으로 말해 채권·채무 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가리킨다.

어원 및 문자적 의미

'신용'은 한자어 '信用'에서 유래하였다. '信(신)'은 '믿다', '정성스럽다'는 뜻이고, '用(용)'은 '부리다', '통하다'는 뜻으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믿고 쓴다' 또는 '믿음으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의 'credit'은 라틴어 'credere(믿다, 신뢰하다)'에서 파생되었다.

신용의 종류와 기능

경제행위의 결과로 생기는 신용은 거래로서의 신용이며, 고용계약이나 물품의 매매에 있어 그 값을 뒷날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지불신용과 금전의 대차거래인 대차적 신용이 있다. 오늘날의 신용제도에서 두 대(大) 형태를 이루는 것은 상업신용(商業信用)과 은행신용(銀行信用)이다. 상업신용은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에서 비롯되었으며, 은행신용은 금융업자가 행하는 대출거래를 말한다.

신용의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유통제비용의 주요 내용이 되는 화폐를 여러 방법으로 절약하는 기능을 한다. 거래의 대부분이 신용거래로 되면 채권·채무의 상계(相計)에 의하여 결제가 이루어져 화폐가 필요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둘째, 신용은 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는 거래를 성립시키고, 개별기업이 절약된 자본을 생산 확대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신용은 상품유통의 속도에 따라 자본의 회전을 증진시키고 자본의 재생산 과정을 촉진한다. 넷째, 자본주의적 생산체제 아래에서 자본의 경쟁과 이동, 사회적 분배, 일반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을 매개하고 실현한다. 다섯째, 신용의 발전에 의거하여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이 성립되었으며, 이는 자본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현상을 가져왔다.

경제행위의 대상으로 전화(轉化)된 신용은 유통수단의 대용으로서 신용화폐(信用貨幣)를 말한다. 신용화폐는 근대사회에서 상업화폐와 은행화폐의 두 형태로 발전하였다. 상업화폐는 상업신용의 증서인 상업어음이 유통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며, 은행화폐에는 태환은행권(兌換銀行券)과 예금화폐가 있다. 현대는 고도의 신용경제사회로서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가 보편화되어 있다.

전근대 한국의 신용 제도

한국에서 전근대사회의 주요 신용 주체로는 계(契)·보(寶)·객주(客主)·여각(旅閣) 등이 있었고, 경제행위의 대상으로 전화된 신용 형태로는 어음(어음표)이 사용되었다.

계(契)는 한국 특유의 협동조합적 제도로,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규약을 설정하고 화폐 또는 현물을 갹출하여 상호부조, 자금융통, 공공사업 등의 목적으로 활용한 조직이다. 계의 근저에는 인보공조(隣保共助)의 이념과 '믿음'의 세계가 뒷받침되어 있었으며, 조선시대에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일반 서민의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유용한 구실을 하였다.

보(寶)는 고려시대의 신용대출 조직으로, 963년(광종 14)에 제위보(濟危寶)가 처음 설치되었고 문종 때 팔관보(八關寶)가 설치되었다. 보에 시납된 미곡을 민간에 신용으로 대출하고 그 이식으로 각종 구제나 경비에 충당하였다.

객주(客主)와 여각(旅閣)은 위탁매매, 금융, 숙박, 도매, 중개, 운송, 기탁 등 광범위한 업무에 종사한 상업·금융 기관으로, 특히 객주는 어음의 발행·할인·인수 등의 업무와 함께 오늘날의 은행과 유사한 금융업무를 담당하였다. 개성상인은 보부상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상권을 장악하였으며, 시변(時邊)이라는 독특한 매출방법, 차인제도(差人制度), 사개부기(四介簿記) 등 발달된 신용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근대 이후의 신용

1905년(광무 9) 일제의 재정고문 메카다(目賀田種太郎)에 의해 재정·화폐·금융 부문 개혁이 단행되면서 「약속어음조례」 및 「어음조합조례」가 발포되어 재래의 어음제도가 근대적 어음제도로 대체되었다. 1906년 한성어음조합이 업무를 개시하였고, 이후 평양·대구·진주·전주·광주 등지에서도 어음조합이 설립되었다.

광복 이후 한국은 고도의 신용경제사회로 발전하며 금융기관, 신용카드, 신용평가 시스템 등이 정착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신용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전적 약속을 이행할 능력과 의지를 나타내는 사회적 평판이자 경제적 능력으로, 신용카드, 신용대출, 신용점수, 신용등급 등의 형태로 일상생활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용(信用)' (이방환 집필, 1995 / 최종수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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