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맹시(植物盲視, Plant Blindness)는 인간이 주변 환경에서 식물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식물의 중요성을 간과하며, 동물에 비해 열등한 생명 형태로 보는 인지 편향의 한 형태이다. 이 개념은 식물학 교육자 J. H. 완더시(Wandersee)와 E. E. 슈슬러(Schussler)가 1999년 발표한 논문 《식물 맹시 예방하기》(Preventing Plant Blindness)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식물 맹시는 크게 네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첫째, 일상 환경에서 식물을 의식적으로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이다. 둘째, 생물권 전체와 인류 역사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셋째, 식물을 동물보다 열등한 생명체로 보는 철학적 관점이다. 넷째, 식물 고유의 특징이나 미학을 감상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원인으로는 크게 인간의 본성과 문화 두 가지 경로가 제시된다. 인간의 본성 측면에서는 인간의 시각 처리 시스템이 움직임, 색상 변화, 위협 요소 등에 우선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한 반면, 정지해 있고 색상이 유사한 식물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다는 설명이 있다. 2014년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는 참가자들이 이미지에서 식물보다 동물을 더 정확하게 탐지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동물 중심적 교육, 도시화로 인한 자연과의 단절, 대중매체에서의 동물 과대표현 등이 식물 맹시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인도나 원주민 공동체처럼 식물이 종교, 의학,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권에서는 식물 맹시 수준이 낮게 나타난다.
식물 맹시의 영향은 여러 영역에서 확인된다. 멸종 위기 종 목록에서 식물은 57%를 차지하지만, 멸종 위기 종에 배정된 보전 자금 중 식물에 할당된 비율은 3.9%에 불과하다. 또한 식물 과학 연구와 식물학 교육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는 현상도 식물 맹시의 결과로 해석된다.
식물 맹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완더시와 슈슬러가 제안한 "식물 맹시 예방"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교실 포스터 배포, 어린이 그림책 《잃어버린 식물!》(Lost Plant!) 출간, 학교 정원을 통한 식물 재배 교육 촉진 등을 포함한다. 이 외에도 식물과 관련된 창의적 활동, 시민 과학 프로젝트, 생물학 교과서에서 식물 관련 내용 확대 등이 제안되었다.
한편 이 용어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편견이 식물뿐만 아니라 척추동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곤충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맹시"(blindness)라는 용어가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식물 인식 격차"(Plant Awareness Disparity, PAD)라는 대체 명칭이 제안되기도 하였다.